지질학으로 대변되는 지구과학을 생각하다 문득 복잡하고 외워야 할 것이 많은 이 공부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잠시 한숨돌리고 지구과학이 밝힌 지식의 메트릭스를 떠올리며 그 의미를 곰곰히 생각해 본다.


과학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과학은 기념비적인 발견을 통해 인간사고의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와 인류에게 위대한 깨달음을 선사했다


첫째 갈릴레이는 지동설을 통해서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 상상할 수 없이 광대한 우주에서 보잘것없는 작은 한 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밝혀내어 지구중심 우주관을 버리게 했다


둘째로 다윈은 생물학적인 연구를 통해 진화론을 확립하여 인간이 다른 생물과 마찬가지로 진화의 산물에 불과하고 신이 창조한 만물의 양장이 아니라 모든 생물과 물리적으로 연결된 존재임을 밝혀 인간이 당연시하던 스스로의 특권을 박탈하였다


이 두가지 과학적 혁명의 고리를 연결해 줄 지식의 공백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문득 떠오르는 지질학이 밝힌 지식들로 그 공백을 채워보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렇다! 바로 이 위대한 두 과학혁명을 연결하여 줄 고리가 바로 지질학이다. 


오늘 137억년 우주진화 강의 칠판 한구석에 지구 46억년의 장구한 시간이 간단하게 적혀있었지만,

지구역사가 드러낸 시간이 너무 장구하여 내 머리속의 도화지에는 그려지지가 않았다. 

지구역사가 드러낸  기나긴 시간을 선형적으로 이어가며 상상하기가 어렵다.


어떻게 현실감있게 체감하고 암기하고 느껴야 하는지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찾아본다. 


마크트웨인이 말하였다. 

현재 에펠탑의 높이가 지구가 생성된 이후의 시간의 길이를 가리킨다면 인간이 출현한 때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은 에펠탑 꼭대기의 뾰족한 탑 표면에 칠한 페인트 두께에 불과하다.

에펠탑 꼭대기에 페인트를 칠하기 위해서 탑을 세웠다고 말할 사람이 있을까?


지질학적 시간의 전체기간을 1마일로 나타내면 인간의 역사는 끄트머리 몇인치에 불과하다.


1년으로 압축해 환산해 보면 1월 1일에 지구가 형성되었고, 

일주일 이내에 핵, 맨틀, 그리고 지각으로 분화되고, 

최초의 유기체는 3월 중순에 나타난다. 

6월 중순까지 안정된 대륙이 발달해가고, 

여름과 가을에 걸쳐 생물학적 활동이 대기중의 산소를 증가시킨다.

11월 18일경에 캄브리아기 시작과 함께 복잡한 유기체들이 상륙한다.

12월 14일경에 파충류가 진화하고,

크리스마스 날 뒤늦게 공룡이 멸종되어가고,

신년 이브날 오후 11시 42분에 현대인간 호모사피엔스가 출현하고

마지막 빙하기는 오후 11시 58분에 끝난다.

자정이 되기 3.5초전에 콜롬부스가 서인도제도에 상륙한다.

그리고 신년이 되기 영점 몇초전에 우리가 태어났다. 


캄브리아기에 애완 달팽이를 남극에 놓아두고 스웨덴으로 이동하도록 했다면 지금쯤 스웨덴 중부의 항구도시 말뫼까지 왔을 것이다.


지구를 1야드의 길이로 간주했을 때 손톱을 다듬는 줄로 가운데 손가락의 손톱을 한번만 밀어버리면 인간의 역사는 모두 지워진다.


이런 뛰어난 은유적 표현들이 장구한 지질학적 시간들을 실감나게 느끼게 해준다.


이처럼 인류는 지질학적인 발견을 통하여 장구한 지구역사를 바라보며 시간에 대해 숙고를 하고 

시간적으로 인간이 아주 미미한 존재에 불과하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은유적인 표현과 더불어 지질학 지식들이 준 메트릭스 세계를 감상하면 할 수록, 창조설에 따라 

신이 준 선물로 가슴 깊숙한 곳에 간직하던 마지막 남은 소박한 자존심마저 여지없이 무너져 내린다.


그래 지질학의 학문적 위상이 바로 이거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