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 busy living or get busy dying." (바쁘게 살던가 아님 빨리 죽던가)

 - 영화 쇼생크 탈출 중에서 -

 

박자세와 가까워지게 된 계기부터 말해야겠다. 작년 말 유네스코 창의성 포럼 뒷풀이 자리에 참가했었다.

평소 137억년 수업을 듣고 단 한 번도 뒷풀이에 가 본 적이 없었다.  간단한 자기 소개 때 올해 안에 발표 하는 것도 올해 목표 중의 하나라고 말하려던 것이 발표하겠다는 선언이 되버렸다.  제대로 발표 한 번 해 본 적이 없었던 내가 고수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도움이 될만한 팁들을 주워 들으려고 박자세에 기웃거리는 시간이 많아졌다.

첫 발표 후 우연히 국내학습탐사 발표(제주의 역사)를 맡게 되었는데, 조언을 얻어볼까 간 자리에서 미국 남서부 지도를 또 맡게 됐다. 혹 떼러 갔다가 부친 격이 되었지만, 한편으로 그런 맘도 있었다. 박사님께서 서호주 책 홍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책의 진정한 가치를 아는 것이라고 하셨다.  내가 참여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그 책의 진가를 느끼기 힘든 것은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몇 번의 발표를 하고 나서 느낀 건 모니터를 하기 위해 지난 동영상을 보기가 참 힘들었다. 배우 신하균은 자신이 찍은 영화를 다시 볼 때 꼭 맥주를 옆에 두었다고 한다. 그 기분 이해할 것 같았다.

 

제 54차 천뇌 발표부터 단거리에서 장거리 마라톤 형식으로 바뀐다고 한다. 선수들은 저마다 자기 상황에 맞게 풀코스, 하프코스 혹은 10킬로 구간을 완주하기로 한다. 기초 체력이 허약한 나는 언제 그 선수들 틈에 낄 수 있을까?

방법은 있다. 발표 마라톤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면 글쓰기 마라톤에 참가하는 것이다. 5킬로부터 천천히 시작하면 되는 것이다. 명품 서호주 책의 학습탐사 일지를 썼던 이슬아. 명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고시도 패스했지만, 글쓰기 훈련을 위해 학원을 다녔다고 한다. 역시 명석하고 똑똑한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해야 할 지 아는 사람들이다.

박자세는 훈련장이다. 발표 훈련과 글쓰기 훈련을 맘껏 할 수 있는 곳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라톤 완주를 지켜봐 주고, 지도해 줄 최고의 코치가 있다는 사실이다. 참가비는 없고, 경품은 많이 얻어갈 수 있는 곳이다. 그냥 지켜만 보고 있기엔 너무 아깝지 않은가? 잘 할 수도 있고, 못 할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냥 무조건 해 보는 것이다. 준비가 될 때 하겠다는 것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냥 하자.

굳어 있던 근육들을 풀고, 가벼운 마음으로 운동화 끈을 묶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