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공항에 도착한 다음날부터 갑작스럽게 맞이한 비바람과 눈보라로 시차를 느낄 겨를이 없었다.

기후의 습격을 받고 그로키 상태로 휘청거리며 찾아 들어간 모텔에서

박사님이 특유의 빠르고 톤 높은 목소리에 

이해하지 못할 기호로 뒤범벅 되어있는 아인슈타인 중력장 방정식을 가득 담아 최후의 일격을 가한다.

흐리멍텅하게 풀려가는 의식너머로 무언가 묵직한 펀치가 뒷통수를 가격하여 

완전히 의식을 빼앗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날 여정이 시작되자, 

간밤의 중력장 방정식의 묵직한 펀치가 머리속에 남아서 혼란스럽고 가슴이 답답하고 괴롭다.

풀지 못한 수수께끼를 덮어두고  찝찝한 기분으로 자고 난 느낌이다.


비바람과 눈발이 끝나는 지점에서 시작되는 메말라 쩍쩍 갈라진 바위와 붉은 황토빛 광활한 황무지는 

심한 갈증을 일으켰다. 

잠자리를 찾아 들어가서 푸른 물을 가득담은 나바호 레이크 주립공원을 처음 본 순간, 

그간 힘들게 하던 H2O의 기억은 오간데 없고 푸른 물빛이 목마름을 해갈해주는 청량함을 선사해 주었다. 

아뿔사! 청량한 강물이 새벽에 서릿발이 되어 탐사대원들을 고통속에 몰아 넣을 줄이야 ...


공원의 산중턱을 한바퀴돌아 강 어귀에 자리잡은 야영지는 서쪽과 동쪽에 거대한 절벽을 가진 산이 막아서

광막한 사막에 모처럼 포근함마저 느껴진다.

인기척 하나 없는 고요함이 감도는 푸른 잔디의 야영지에서 별을 관찰하며 낭만적인 야영을 상상했다.


모닥불을 피우고 저녁식사를 한 후, 별을 보며 별자리 공부를 마무리하고 잠자리 들기전에 화장실에 갔다.

이 인적이 드문 외딴 곳의 화장실에 따듯한 온기가 퍼져있어서 의아해 했다.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면밀하게 온기를 쫒아보았다.

화장실 바닥 근처의 벽에 전기히터가 켜져 있었다. 이는 분명히 밤새 화장실 수도관이 동파되는 것을 막고자 

작동시킨거라는 걸 알 수 있었고, 이 지역 밤의 온도가 어떠하리라는 걸 미리 짐작했다.

텐트에서 야영하다가 추위에 도저히 못견디면 아예 돗자리를 화장실 안으로 옮기리라 마음먹고

탐사대원들에게 알려주었다.

약간 싸늘함을 느꼈지만, 워낙 피곤함이 누적되어 텐트에 들어가자마자 잠이 들었다. 

달콤하게 잠 한숨을 자고나니 설핏 선잠이 깼다.  

추위가 스멀스멀 스며들어 더이상 참고 자기는 글렀다는 생각이 들자, 

아예 바닥 매트와 옷이며, 책을 주섬주섬 들고 화장실로 갔다.

화장실 바닥에 누워 책보다 졸리면 잠깐 졸고 그러다 아침을 맞이 하리라 생각했다.


한참 누워서 책보고 있는데 시간이 지나니 탐사대원 한명두명 화장실의 온기를 찾아 들어왔다.

마침내 박사님도 추위에 지친 모습으로 화장실로 들어선다.

박사님 손에는 일반상대성이론이 듬뿍 담긴 미국탐사 학습자료가 들려져 있었다.

탐사대원들은 모닥불을 피우기 위해 자리를 떳다.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박사님에게 개인과외를 받을 수 있는 천재일우의 이런 기회를 언제 가질 수 있으랴?


당장 어제밤에 나를 골머리 싸매게 한 일반상대성이론에 대해 질문을 하였다.


"박사님 어제 설명하시면서 보여준 자료 중 아인슈타인의 4차원 계량텐서인 4*4 메트릭스와 칼루자 - 클라인의 5차원 계량텐서인 5*5메트릭스를 비교한 도표에서 5*5메트릭스가 맥스웰장과 아인슈타인장을 포함하는 고차원 물리적 통합이론이라는 부분 연결이 잘 안됩니다. 어떻게 이해 해야죠? "


간단한 질문이지만 일반상대성이론과 비유클리트기하학과 초공간 이론 전반을 설명해 달라는 

폭넓고 설명해주기가 성가신 질문이다.


박사님은 피곤해 낮아진 목소리로 설명을 시작하다가 차츰 생기충만한 목소리로 변해가며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을 하기 시작하였다.


" 아 그건 말이죠! 가우스의 내재적 접근법을 n차원으로 승화시킨 리만기하학으로 부터 출발합니다.

핵심은 물리의 법칙은 고차원 공간에서 간단해진다는 것입니다.

또한 그간 뉴톤역학이 주류이던 당시에는 힘은 두 물체사이에 작용하는 순간적인 상호작용이라고 해석하는 반면, 리만에 의하면 힘은 물체간의 원거리 상호작용이 아닌 기하결과라는 것이죠.

즉 힘은 자체로 독립된 생명력을 가진 것이 아니라, 단지 공간의 기하학적 구조가 뒤틀려 생긴 

외형적인 효과일 뿐이라는 것이죠.

리만은 4차원 공간을 도입하여 3차원 공간에서의 전자기나 중력은 4차원의 기하구조가 뒤틀려 생긴

결과라는 겁니다.

이처럼 자연의 법칙은 고차원에서 표현하면 더 간단히 나타난다는 겁니다.

리만은 4차원의 기하학적 공간의 모든 점에서 그 성질을 묘사하는 10개의 수집합인 리만 계량텐서라는 

수학적 대상체를 도입하여 어떤 복잡한 차원이든 마음대로 묘사할 수 있도록하였고, 

이를 n차원으로 일반화하였습니다.

리만의 계량 텐서는 임의의 점에서 곡률을 측정하는 간단한 수학적 수단으로서 임의의 공간을 묘사하는데

강력한 도구로 사용됩니다."


잠시 심호흡을 하고나서 곧바로 아인슈타인과 리만이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이어서 설명해 주셨다.

지금 이순간의 박사님의 설명은 단 한마디도 흘리지 말고 챙겨들어야 한다는 강박적인 생각에

더욱 신경을 곤두세웠다.


"리만은 아쉽게도 그 수학적 결론이 가져오는 물리적 의미를 알지 못했고 순수 수학의 영역에 머물어 아쉬움을 남겼으나, 아인슈타인은 리만 기하학의 물리적 의미를 간파하고 제 4의 차원을 시간차원으로 간주하고

3차원 세계에서 분리 독립된 물리량으로 간주되던 시간과 공간을 통합하여 시공으로, 

3차원에서 아무런 상관 관계가 없는 물질과 에너지 역시 물질 - 에너지로 통합하여

이 두가지 개념을 도입하여 4차원의 자연법칙을 통합하는 일반상대성이론을 완성한 것입니다.  

즉 시공의 곡률도 물질-에너지의 존재에 의해 발생한다고 하는 사실을 발견하였고 

시공의 곡률로 발생하는 중력 역시 계량 텐서란 장으로 묘사가 가능한 정확한 중력장 방정식을 완성하였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중력장 방정식의 수학적인 설명이 조금 더 진행되었다.


이쯤 설명을 들으니 가슴이 후련해지기 시작하였다. 

수학의 역사와 물리학의 역사가 이렇게 짧은 시간에 송두리채 정리가 되고 

물리학의 주요한 관점들이 점차 투명해 지기 시작하였다.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완성하고 난 후, 빛과 중력을 포함한 자연에서 발견한 모든 힘들을 통합하여 설명 할 이론을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아인슈타인은 칼루자로부터 빛을 설명하는 맥스웰 장이론과 중력을 설명하는 아인슈타인의 중력장 이론을 5차원에서 통합하여 결합하는 짧고 놀라운 논문이 실린 편지를 받았습니다.


칼루자는 리만의 계량텐서를 5차원 즉 5*5행렬에 기록하고, 기존의 4*4행렬은 기존의 아인슈타인의 4차원 계량텐서이고 5번째 행과 열은 맥스웰의 전자기장과 동일하게 둡니다. 즉 기존 아인슈타인 계량 텐서에 간단히 하나의 차원을 더하여 중력과 빛을 통합한 것이죠. 칼루자는 아인슈타인이 4차원에서는 빛과 중력을 통합하여 설명할 수 없음을 지적하고 한 차원을 더한 5차원에서는 이 둘이 간단히 통합된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쯤 설명을 들으니 이번 미국탐사에서 배운 일반상대성이론 뿐 아니라, 

수학과 물리학을 통해 자연을 연구하는 이론 물리학자들이 어떤 것들에 주목하는지도 알게 되었고, 

물리학과 수학의 긴밀한 동거의 내막을 알게 되었다.


박사님의 마지막 설명에 힘이 가해진다.

 

"고차원에서는 물리의 법칙과 자연의 법칙이 간단해지고 통합된다는 리만 기하학의 핵심이 

지속적으로 유지되어 초끈이론으로 이어집니다. 

제가 이 부분에관한 글을 읽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참으로 놀랍고 경이롭습니다! "


마지막 설명까지 다 듣고나니 이제 아인슈타인의 중력장 방정식이 개념적으로 무척 쉽게 다가왔다.

아울러 물리학의 거대한 숲을 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기분이었고

마치 자연의 비밀을 송두리채 엿본 느낌이었다.


남은 학습탐사에서는 중력에 몰입하고,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프리즘 삼아 미국서부의 대자연을 관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탐사대장이 학습자료로 일반상대성이론을 준비했을거라고 생각하니 

입가에 혼자만의 미소가 번졌다.


나바호레이크 주립공원 야영장 화장실은 내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의 명소가 될 것이다.

언젠가  꼭 이맘때 손주를 데려가  그 화장실에서 추운 밤에 언몸 녹여가며 

중력장 방정식을 이야기해 줄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일반상대성이론이 오래 기억되도록 수식푸는 훈련을 완성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