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1부
유난히도 하얀 모래들, 해맑고 해맑다. 렌소이스는 해맑다 못해 아예 천연덕스럽다. 거기에 바닷가답게 해당화 몇 포기쯤은 보일 법도 하건만, 사막의 통념을 깨는 이 독특함이라니!
모래는 한없이 부드러워 보이고, 점점이 박힌 호수는 영혼처럼 푸르다. 그냥 달려가 눕고 싶다. 사막의 온기는 따끈따끈할 것이고, 온 우주가 조용조용 그네를 밀어주리니. 두둥 두둥 모태보다 아득한 요람이 거기에 있다. 렌소이스 사막.
맹그로브, 소금물도 마다않고 푸욱 푹 발 담그고 아주 아주 근사한 나라를 이루었다. 숱한 물고기 백성들 알토란같은 살림 꾸리고, 어린 원숭이는 가지 끝에서 다이빙 물장구로 하루해가 짧다. 동백꽃 보다 붉은 홍따오기떼 무시로 날아들고.... 그렇게 평화롭고 멋스런 맹그로브 제국이다.
2부
물이 천둥치는 곳이다. 물이 표호하며 연기를 내뿜는 곳. 원주민들이 폭포를 부르는 이름은 대개 이렇단다. 그들이 귀엽다. 말 배우는 아기처럼, 인디언의 이름처럼, 말로 그림을 잘도 그려낸다. 안 봐도 풍경이 떠오른다.
남미에 있는 이과수 폭포는 '큰 물', '위대한 물'이라고 한다. 이과수에는 '악마의 목구멍'도 있다. 물이 집중적으로 대량 쏟아져 내리는 부분. 보고 있으면 빨려 들어갈 것 같아, 이름처럼 무섭다.
이런 큰 폭포들은 용암이 굳어진 거대한 지괴(地塊)가 받쳐 주어야 존립이 가능하다고. 탐사대를 이끄시는 박사님 말씀이다.
3부
'망망대해'는 들어봤어도 '망망대강'이나 '망망대하'는 들어봤는가. 강의 통념을 뒤흔드는 강, 아마존이다. 지구의 허파를 유지하는 주역이다. 그 숲 속에서 뱀을 보았다. 보아뱀은 그저 '어린 왕자'에 나오는 모자그림만 떠오를 뿐. 무늬가 아름답다고 한다. 아름답든 말든 무조건 안 보고 싶다. 도대체 이 회피본능은 그 근원이 어디인가? 맹그러브 숲에 꽃처럼 내려앉던 홍따오기처럼 평등하게 무심히 보아줄 수는 없는가?
그들도 엄연히 행성지구의 당당한 일원이다. 그럼에도 이 극도의 회피본능은 뭐란 말인가? 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무의식적 반응이다. 어쩌란 말인가. 그러고 보니, 생각나는 게 있다. 뱀을 혐오 회피하는 것, 용(龍)을 떠받드는 것, 다 그럴만한 연유가 있다고. 박자세 공부 중에 내렸던 결론은 인간 유전자에 각인된 때문이라고.
공룡이 지배하던 시대는 인간의 조상인 포유류가 너무 왜소했고, 감히 공룡 앞에 모습을 드러낼 수조차 없었다고. 생존전략으로 시간대를 달리 쓰기로 했단다. 낮엔 숨어 있다가 밤에만 활동하여 아예 마주치지 않기로. 이 전략으로 그 엄혹한 시대를 살아남았다니... 눈물 난다.
이런 공룡에 대한 기억이 우리 유전자 어딘가에 남아서 지금도 용에 대한 경외감이 무의식적으로 나온다는 것. 반면, 뱀은 같은 시간대를 쓰면서 우글우글 수도 많아서 수시로 마주쳤고, 매우 위험하고 치명적인 존재였던 것. 많이 잡아먹혔던 것 같다. 뱀이 우위를 점하던 시기가 오래 지속되면서 그 공포감과 혐오감이 유전자로 박혔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인간이 지배하는 시대이니 극복해야 할 터! 그러면, 행성지구 안에서 생명권을 가진 이웃으로 사랑하게 되는 날도 오지 않을까?
4부
로라아마. 트래킹하고 싶다. 걷기를 좋아한다. 25억년 시간을 고스란히 품은 로라이마를 눈앞에 두고 걷는 길이라면, 얼마나 황홀한 트래킹이 될까. 오늘밤은 드디어 로라이마의 품속으로 들어가는 날이다. 이너 로라이마, 5부가 기대된다.
테마기행 시청소감을 시적으로 잘 표현하셔서
기분이 좋아지고 동시에 저의 표현력은 이 글에 미치지 못함에 갑갑합니다.ㅋㅋㅋ
뱀에 대한 혐오감은 세뇌에 의해서 그러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들 서너살 무렵에 주말농장에 데려다 놓았더니
처음보는 물뱀과 도마뱀을 신기해하며 잡어러 쫒아다니는걸 보았습니다.
뱀을 잡으러 다니는 아이를 빙긋이 웃으며
바라보기만 하고 있으니 멀리로 도망 간 아내는 기겁을 하며 자지러졌지요.
바퀴벌레를 보고도 기겁을 하는 건 세뇌에 의한 것이라 사료됩니다.ㅋㅋㅋ
누구나 벌레는 더럽다. 독침으로 쏜다. 징그럽다고 가르처서 그렇다고 여깁니다.
엉터리 도사 올림.
감사합니다. 달과구름님.
시청소감을 EBS세계테마기행에 올려주시면 더욱 좋을것 같습니다.
로라이마 편을 보니, 희말라야 보다 먼저 가보고 싶어졌습니다.
업이라는 영화를 동아리에서 보고 나누며, 모두들 그 거대한 돌기둥을 보며 그런곳이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었습니다.
영화는 그곳을 가는 것이 그 늙은 부부의 꿈이었지요. 꿈을 잊어버리고 부인이 죽고 꿈을 이루기 위해서 혼자떠나는 여행이야기를 였습니다. . 그런대 이번 남미 지질 기행에서 그곳을 확인하였습니다. 실재 있었다는 것을 알게되었네요.
감사합니다. 너무나 멋진 다큐멘터리 였습니다. 내 사회적 년의 해는 그곳에 가보고 싶습니다.
눈에 그려지듯이 글로 옮겨주셔서 너무나 좋고 아름다운
남미 브라질& 베네수엘라 풍광 영상들과
박사님 나레이션이 잔잔하게 들려오는것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달과구름님의 글을 보고 박자세 홈페이지에
놀러오셔서 EBS 세계테마기행 남미지질 지금까지
영상에 관한 글과 오늘 방송도 보신다면 너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