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사라지는 시대를 예고하는 과학기사를 보았습니다. 사고에 의한 사망이 아니면 죽지

않는 다는 이야기입니다. 암, 에이즈, 각종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가 나오고, 세포의 텔로미어에 

대한 연구로 노화라는 질병을 극복한다는 기사입니다. 공상과학영화나 소설이 아닌 과학 기사입니다.


조선시대만 해도 평균 수명이 30살을 넘지 않았다고 합니다. 물론 거의 비슷한 시기의 로마도 

마찬가지입니다.  


은평 뉴타운이 들어선 북한산 앞자락은 오랜 시절 무덤이 있던 곳입니다. 은평 뉴타운 건설 당시

많은 수의 유골이 출토되었습니다. 조선의 성도 서울은 성벽으로 가로막힌 하나의 섬이었습니다. 

 성 안에서 죽은 사람은 2개의 대문을 통해서만 나갈 수 있었죠. 성 근방 1리 내외는 매장 근지 

구역이라 부득이하게 지금의 은평 뉴타운에 묘지가 많이 생긴거지요. 북망산천이라는 말이 효용을 

발휘한 순간이기도 했지요. 


건설 당시 출토된 유골의 방사선 연대 측정을 한 결과 유골의 평균 나이는 30살을 넘기지 

못했다고 합니다. 많은 수의 유골에서는 허리뼈가 없거나 치아가 바스라져 있었다고 합니다. 

그 시절이 노동의 강도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뼈가 사라지고 부서져도 일을 한것이지요.

얼굴에 뼈가 사라진 사람은 종양이 뼈를 갉아 먹어도 일을 했을꺼라는 주장입니다.


1970년대 평균 나이도 60을 넘지 못합니다. 2015년 기준 80세가 기대 수명입니다. 2016년을 살고 

있는 우리는 그 때에 비하면 아주 많이 오래 살고 있습니다. 앞으로 50년 정도가 지나면 죽음이 

사라진다는 주장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습니다. 


평균 나이 30살도 못 살던 시대에서 평균 수명 100세를 바라봅니다. 환갑잔치하면 욕먹는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옵니다. 


걸리버여행기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이마에 붉은 점을 찍으면 죽지 않는 세계의 도착한 걸리버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죽지 않는 대신 희망없는 내일을 사는 늙은 육체를 지닌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어렸을 때 읽었을 때는 신기한 세계도 있구나 했습니다. 그러다 정말 그런 시대가 

앞으로 벌어질꺼라고 하니 참 대단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너무 빨리 문화를 진화시키고 있습니다. 인간의 본성이 문화를 못 따르는 것처럼도

보입니다. 키가 작고 외소한 여자의 손에 들린 횃불 하나로 수 천년의 시간으로 만들어진

숲이 사라지게 할 수 있습니다. 먹이 사슬의 가장 밑바닥에서 최상위 포식자가 너무도 빨리 되버린거지요.


때때로 생각합니다. 나는 지금의 문화가 만든 시간에 잘 따라가고 있는가. 앞으로의 시대는 

내 상상의 범위보다 빨리 바뀌는 시대일것입니다. 내가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한 사이에 세상은 변화될 것입니다. 스마트폰이 나온지 6년 만에 지하철은 스마트폰이 점령했습니다. 


그런 시대입니다. 내가 어디있는지 잊는 순간 문화에 휩쓸립니다. 사는대로 생각하다가는 내가 무슨

생각하는지도 잊게 될지도 모릅니다. 공각기동대 stand alone complex 편에서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전자 두뇌를 가지게 되고 모든 두뇌는 와이파이가 연결되듯이 세상의 정보를 병렬화합니다. 쉽게 말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남도 다 알게 된다는 말입니다. 인간의 존엄성은 사라지고 같은 정보를 가지지

못하는 순간 자신이 어디 있는지 알지 못하게 된다는 공포가 지배하는 시대가 공각기동대의 배경입니다.


내가 누구인지는 남과 다른 생각을 가졌기 때문이라는 명제가 정반대로 바뀌어 있습니다. 같은 정보를

나누지 못하는 순간 도태됩니다. 지금도 비슷합니다. 카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등의 sns를 못하면

정보 공유에 실패한다고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광물에 생명을 입히는 광물 인지화 시대인 인공지능 시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진정으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과거를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 지금의 시간을 읽어야 하는 시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