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에
목줄 풀린 개를 만난다
금방이라도 물듯이
짖어대며 다가온다
등골이 오싹해지고
무서운 마음에
한손엔 
돌맹이를 
또 한손엔 
등산용 스틱을 치켜들고
개에게 위엄을 보인다

갑자기
원시시대가 펼쳐진다
맹수앞에서
살기위해 
돌을들고
나무를 들고
때론 도망가는
원시인

동일한 사건이 발생하니
수백만년 시간이
지금 이순간에
하나가 된다
여기에
어떤 인과도 없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사건 마디마디에
등장하는 것일뿐
불쑥
불확정하게
나와 개와의 관계로

인과의 틀
시간의 환영을 벗겨내니
시공의 자유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