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녘까지 연말에 있는 송년잔치 준비를 하느라 직장에 남아 있게 되었다.

끼니를 때워야 했기에 중국음식을 시켜 먹고, 후식으로 음료수를 마셨다.

그러다가 한 녀석이 오렌지 맛 탄산음료를 먹으면서 오렌지가 들어간게 아니라

오렌지 향이 첨가되어 있네라고 말한 것이 이야기의 출발이었다.

다른 녀석이 그럼 오렌지는 안들어간 거냐며 첨가물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오렌지 비슷한 것은 하나도 없는데 어떻게 오렌지 맛이 나지 그러는 것이었다.

그걸 지켜보고 있던 다른 녀석이 다 속는거야. 그냥 오렌지 향과 맛이 나는 화학식을

첨가해서 만든거지. 그냥 오렌지 향이 나는데 오렌지라고 속고 먹는거지.

 

내가 곰곰히 생각해보니 흔한 탄산음료도 감각중 하나의 속성만을 집어 넣어서

오렌지 맛이며, 포도, 딸기 등등을 만들어 내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탄산음료 하나도 그러할진데, 세상의 많은 것들은 다르겠는가.

하나의 단편적인 모습만을 보고 전체인냥 생각하고 사는 경우가 한 두개 이겠는가.

 

사람들의 만남들은 오죽 하겠는가.  말의 억양, 말투, 언어의 순서, 풍기는 냄새, 옷차림,

헤어스타일, 등등 전체가 아니라 한 두개의 조각들만을 보고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살고 있지 않았던가.

 

속고 사는 세상에 속아 주며 살자라고 다짐한다. 한 잔의 탄산 음료 하나에서 오렌지를

찾고 있다. 내 속에 들어 찬 오렌지가 살아나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