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알러지약이라는 것을 먹었다.

한 달 전부터 잘때 따끔거리고 가렵고 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 뒀다가 오늘 병원을 간 것이다.

 

병원문에 고대 나왔다고 대문짝만하게 써놓고

가운은 안입고 꼭 소도둑 같이 생긴 이 의사, 겁을 막 준다.

조금만 더 늦게 왔으면 완전 만성병이 되었을 거란다. 

사실 겁은 확 났다.

내 고운(ㅎㅎ) 피부가 공룡피부가 될 수도 있다고?

안돼지, 안돼. 나이 드는것도 속이 쓰린데.

 

몇년만에 엉덩이 주사도 맞고 약타갖고 나오는데

어째 발길이  이리갔다 저리갔다 한다.

괜히 공원을 가로질러 나름 소박하게 뒤늦은 가을맛을 보자니

그새 성성하던 단풍이  낙엽되어 달음질을 하고 있다.

그래도 공기가 좋다.

난 공기가 좋으면 다 좋다.  

 

두어달, 재주없는 사람이 책 만든다고

수업 있을때만 잠깐잠깐 들락거리고

거의 집을 토굴처럼 썼더니 체질이 바꼈나?

휴일에도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 두통이 이는 사람인데 

요즘은 집밖을 안 나가는 날이 더 많으니

 

집에 와서 의사가 시킨대로 맨밥을 먹는다.

밥과 야채만 먹으란다.

먹지 말라니까 왜 갑자기 먹고 싶은게 이리 많아지는지

계란도 먹고싶고 매운 김치도 먹고싶고

 

씻지도 말란다.

아~유 난감.

 

에이, 차라리 잘됐다.

밥 먹는 시간, 씻는 시간 줄이고 

가려우니 밤잠도 못자고

사람도 만나지 말고

책 만들면 되겠다. 우히히.

 

근데 이 약이 먹고나면 많이 졸립고 사람이 멍~해진다.

횡설수설이지만 

오늘 반나절 망중한, 그런데로 괜찮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