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먼 길을 떠났다. 제대로 작별인사도 못했는데.

이미 예감하고 어느 정도는 각오를 하고 있던 일이었음에도

소식을 듣는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2년전, 서호주. 밤이슬이 가득히 내리던 평원.

일행들과 조금 떨어져 둘이서 비박을 하던 생각이 난다.

잠이 들 때까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던 별 쏟아지는 밤.

그때도 그녀는 건강이 안 좋았고 어쩌면 무리였을런지도 모른다

그래도 꼭 해보고 싶었노라고, 혼자가 아니어서 외롭지 않아서 고맙다고 했던가.

그녀를 위한 밤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시간은 두고두고 내게도 위안이 되어주었다.

 

얼마나 밝고 명랑했었는지, 얼마나 재기에 넘쳐 있었는지,

경쾌한 목소리와 환하게 웃는 얼굴이 떠오른다.

내내 그리울 것이다. 살아가며 문득문득 그이의 부재가 아플 것이다.

절절했던 외로움에 제대로 답해주지 못했던 무심함을 자책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은 그녀의 열정과 가득했던 꿈과 환한 웃음과

누구에게나 따스하게 내어주던 배려심 깊은 애정을 기억하려 한다.

내게 해주던 속 깊은 충고들과 함께 하며 즐거웠던 여러 가지 일들만을 기억하려 한다.

 

 

잘가. 병은씨. 잊지 않을게. 많이 고마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