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간단한 글을 써본다.

그동안 강의를 들으면서 한 번도 강의에 관련된 글을 쓰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어찌 보면 그럴 수도 있는 일이지만 점차 무언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생각해보니 듣는 것만으로 만족한다면 모를까,

공부를 한다면 가장 쉬이 접근할 수 있는 방식인데

왜 안했을까 라는 의아감이 깊어간 것이다.

 

기실 수업과  관련된 다른 내용을 다른 자료로 공부하려면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그리고 수업강의 내용을 잘 이해한 것도 아닌데,

굳이 다른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소모할 필요는 더욱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왜 복습을 하지 않은 것일까?

아주 사소한 방식이 시간이 지남에 긴 차이를 만든다.

 

 이제 호미로 막을 일이 가래로도 못 막을 일이 된 것이다.

은근히 후회가 밀물 듯하다. 그날 그날 복습하면 됐을 터인데,

그동안 쌓인 것이 혼란된 상태로 덕지덕지 딱지붙어 있는 형국이 되었다.

점차 감당이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지식이 쓰레기가 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아무리 좋은 가구도 관리하지 않으면 방안에서 쓰레기되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얼마나 억울할까. 좋은 옷들을 사 모아놓고도 세월이 지나 입어보지 못하고

헌 옷들과 같이 버려야 한다는 느낌이.

 

물론 글을 쓰지 않은 것은 이유가 있다.

강의를 처음 들었을 때는 글을 쓰지 않았다.

듣는 그것만으로도 대단히 만족했기 때문이다. 이제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니,

137억년 강의를 올 봄에 처음 들었을 때 만족이 컸었다. 그 때 합리화하며 한 생각이

“야! 안 나올 때에 비해 이렇게 나와서 듣는 것이 훨씬 좋지 않으냐?

만족하지! 그래, 그럼 듣는 것만이라도 열심히 해보자”라는 맘을 먹었다.

 

이런 합리화는 나름 근거가 있다.

연배가 들어감에 일요일에 계속 하루를 비우는 것은 무척 힘이 든다.

이런 소중한 시간을 내는 것만으로도 나름 그 상태에서는 최선을 다하는

일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 선만이라도 지켜보자 라는 생각은

최대의 성의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설득력 있는 이야기가 된다.

어찌 보면 현명한 선택이었으리라. 계속 공부하겠다고 맘먹은 것을 보니..

 

따라서 처음에는 매우 즐거웠고,

공부함에 초기부터 맘을 모질게 잡지 않고 편히 접근했었다.

물론 137억년 강의를 마칠 때까지는 그다지 문제점을 느끼지 아니했다.

그 기준에 충실하면서 비교적 무난히 수업을 마쳤다. 어쨌든 유의미했고 좋았던 것이다.

문제는 이런 자세가 지금도 허용가능한가 라는 점이다.

요즘 계속 찜찜한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결과적으로 지금은 그런 허용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강좌인 뇌 관련강좌가 어느새 마지막 회가 되면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고민이 생긴 것이다.

 첫째 그동안 많이 들었던 강의와 지식도 강의가 끝나고 나면

이런저런 생활속의 잡다한 지식들과 뒤섞여져 버린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간이 지나면서 혼란이 점증한다.

우리가 배운 지식이 분명히 매우 좋은 정보라고 생각하였지만,

미처 이해되지 못한 지식도 있었을 것이다. 아니 많았다.

그런데 일상의 흔한 정보들과 접히면서 섞이게 되고,

이후로 반죽덩어리마냥 엉키어져 버리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좋은 지식에 혼란이 오면서,

그동안 평형을 유지한 내적지식체계가 헝클어진 것이다.

이전에는 나름의 평형을 이룬 채 자신의 시각으로 비교적

일관되게 세상과 정보를 해석하였다.

하지만 이제는 불평형상태가 되어감에 내적 혼란이 온 것이다.

즉 아직 자신의 기준이 되지 못한 지식과 이전의 기준인 지식이 혼효되면서

세상에 대한 어중간한 해석을 하게 된 것이다.

 

어떤 새로운 지식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라고

단정하여 흔들리지 않으면 결코 혼동은 안 오리라.

하지만 저 지식이 옳다, 배워야 한다 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기존의 지식을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 때 미처 노력하여 따라가지 못하면 이도저도 안되는 한단지보 꼴이 나게 된다.

아니 이미 난 것 같다.

 

이제 선택을 하여야 한다. 여전히 어떤 결단을 유보하면서 혼란을 키워 나갈 것인가?

아니면 여전히 현재 참여하는 것만이라도 충실히 하자 라는 생각에서 머물까?

아니면 한 발이라도 더 접근할 것인가?

그래서 여기서 배운 지식을 보다 자신의 삶에 용융되기를 바랄까?

이에 최소한의 자구책을 구해본다.

강의들은 것, 혹은 회원들과 같이 이야기한 좋은 이야기들을 정리해보는 일은 어떨까!

 

우리가 함께 했던 너무나  많은 좋은 정보들, 지식들, 이야기들, 느낌들이

곧 다른 것과 쉬이 섞이게 하는 것은 곤란하지 싶다.

비록 우주의 흐름이 한시도 쉬지 아니하고 변하여 간다라고 하지만,

그 변화를 하루라도 더 늦추고자 하는 마음은 허락되지 싶다.

그렇지, 생활속의 공부로 가벼운 접근해보자 싶다.

이제는 더 늦추면서 여유를 가지고자 하는 마음과 그 느슨함은 잠시 접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