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주에 갈 때는 상식과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대범한 마음을 준비해 가십시오.

 

학습탐사 넷째 날 서호주 중부 항구도시 Port Headland에서 Broome으로 가는 도중에 우리 일행은 출발한 야영지로부터 약 200km떨어진 Sand fire 로드하우스에서 기름을 주유하고 가기로 하였다.

다음 목적지 까지는 추가로 약 290km를 더 가야 하니까 기름이 연비가 안 좋은 차들은 중간에 오도 가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서였다.

하지만 새벽 길에 나서는 바람에 길 위에서 여명을 맞이했고, 이윽고 일출이 도로 한 가운데에서 일어나는 진기한 장면이 연출되고 운전하는 데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햇빛을 피하여 운전하는데 주의를 집중하느라 세 대의 차량이 약속했던 야영지를 지나쳐버린 것이다.

두 대의 차량은 연비가 좋아서 별 탈이 없었지만 한 대의 차량이 이미 연료지시등에 비상등이 켜지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그래도 세 대가 다음의 Broome입구의 Roebuck 로드하우스까지 가기에는 무리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지나친 Sand fire 로드하우스에서 한참 지나친 지점에서였다. 당황한 대원들은 이윽고 나타난 길가의 야영지에 들어가 현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길 위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거라는 생각들이 지배적이어서 그런지 약간은 비상식적인 판단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현지인에게 조언을 구하니 지나친 Sand fire까지 되돌아가 연비가 좋은 한대의 차량이 기름을 주요하고 와야 된다는 것이었다. 목적지로 전진하는 것은 270km이상가야만 하니 불가능하다는 게 그들의 조언이었다. 그들 차량은 디젤이어서 도움을 줄 수 없음에 안타까워했다.

우리는 서호주 관광청에서 발행한 지도를 가지고 보여주며 인근의 가까운 70km전방에 주유소가 있는데 거기서 주유가 가능한지 되풀이 해 물어보았다. 하지만 그들 현지인들은 거기는 에버리진 마을이고 그 근처의 또 다른 한곳은 자그만 항구도시라서 디젤연료만 주유 가능하지 가솔린은 판매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분명히 지도에는 두 가지 다 판매하는 파란색 주유표시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조언한 디젤만 판매하는 주유소는 검정색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내가 파란색 의 가솔린 주유가능표시가 분명하니 그냥 전진하고 만일 뒤쳐진 차량은 오다가 기름이 떨어지면 길 위에 멈춰서 있고 앞서간 차량이 기름을 주유하고 되돌아 와서 채우고 다시 주유소로가면 되니 걱정할 것 없다고 주장하였으나, 일부 대원들이 현지인의 말과 지도표기를 사이에 두고 아무래도 현지인의 말에 신뢰를 보내며 반신반의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일부 대원들은 파란색 주유표시가 검정색으로 보인다고 까지 주장하며 되돌아 가는 것이 안전하다고 주장하였다. 일순 당황하면 상식적인 판단도 흐려지고 감각기관마저도 정상상태를 벗어나 파란색이 검정색으로 느껴지기도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자신 있게 판단하고 주장한 데는 몇 가지 확실한 근거를 바탕으로 했다.

하나는 호주 정부가 발행한 지도의 공신력을 믿은 것이다. 호주는 선진국이다 그리고 서호주 중부와 북부의 지역은 광활하여 지도상에 잘못된 표시를 하면 지도를 나침반 삼은 많은 사람들이 조난을 당할 우려가 있어서 절대로 잘못된 표기가 있을 수 없다는 생각했고, 오기가 있다손 치더라도 하필이면 우리가 어려움을 처한 이곳이 우연히 오기가 되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도 확률이 낮은 판단이라고 생각하였다. 지도에는 분명히 파란색의 두 가지 기름을 판다고 되어있었다.

또 한가지는 서호주에서 운전을 해보니 우리가 가는 도로에는 온갖 종류의 운반차량이 적어도 1시간에 한대 정도는 지나가고 있었다. 아예 차가 지나가지 않는 오지는 아닌 상황이어서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었다. 최악에는 차를 버리고 커다란 운반차량을 빌려 타면 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어떤 상황이 와도 그 상황에서의 문제해결을 즐기면 된다고 생각했다. 또한 디젤만 파는 주유소란 매우 특수한 산업지역지역만이 가능하지 일반적인 곳은 두 가지의 기름을 함께 팔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상거래상의 상식적인 판단을 하였다. 더군다나 뒤에 기름을 가득 채우고 오는 우리 일행차량이 두 대나 있다는 사실이 편한 마음을 갖도록 만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전방 70km에 있는 에버리진 마을까지는 아무런 탈 이 없을 것 같았고 연비표시등에 불이 들어 온 차량도 그 정도는 충분히 운행하리라 판단하였다.  그래서 우리는 전진하기로 하였다.

 

우리는 드디어 에버리진 마을에 무사히 도착했고, 물론 지도에 표시된 대로 주유가 가능했다. 그리고 뜻하지 않게 한달 전에 예약해야 방문 가능한 Kimberley지역의 최대 에버리진 마을을 방문하여 그들이 현재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잠깐이나마 체험할 수 있는 행운까지 누리게 되었다.

 

낯설고 새로운 환경에서 일상에서 벗어난 일이 발생할 때 당황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구촌에 사람이 거주하고 사람의 문명의 발길이 닿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목숨을 위협하는 상황에 이르지 않는다는 유연한 마음의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위기의 상황에서 상식적인 판단을 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즐기는 마음을 갖게 한다.  낯선 곳으로의 여행의 진면목이 이런 일상적이지 않은 환경과 사건들과의 만남이라는 대범하고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하면 어떤 상황에서든 여행이 즐겁고 재미있어진다.         

 

서호주가 아웃 백 여행지로 각광을 받고 오지의 험한 곳이라 소개 되지만, 안심해도 좋다.  날씨가 좋은 계절의 호주의 북서부는 모든 체계가 선진화된 문명국가의 일부임을 기억하고 항상 마음 편하게 여행을 즐기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