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 아동을 치료하고 있는 내게 치료를 받는 녀석이 있는데, 엄청난 독서광이다.

초등학교 3학년인데 3달동안 200권 이상을 읽었으니 아마도 하루종일 책만 보고 있을 것이다.

물론 아이가 읽는 책은 그리 두껍지 않고 글자도 큰 것이 많겠지만, 그래도 대단한 능력이다.

 

 그 녀석이 가끔 황당한 질문을 할 때가 많다.

 한번은 개미와 베짱이를 읽고 나서는 왜 베짱이는 나쁜것처럼

느껴지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래서 내가 ' 노력한 사람은 모두 성공할 순 없지만, 성공한 사람는 모두

노력한 사람이기 때문에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어. 라고 했더니. 그녀석이 그럼 베짱이도

노력한자이니 성공한 것 아니겠어요. 라고 답을 한다.

 그래 내가 말을 어렵게 했나보다라고 답을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든 생각이 노력한 사람도

 그 노력을 통해 얻는게 뭐라도 있을테니 저 녀석 말도 틀린 건 아니것 같다는 생각에 그냥 웃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날 이 녀석이 '선생님! 빅뱅 알아요?' 라고 물어 보았다.

 

 '그래 알지 가수 빅뱅 말이니?'라고

답을 했다.

 

그러자

' 아니요. 우주의 시작. 빅뱅 말이에요?'라고 다시 묻는다.

 

뭐 나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요녀석보다는 많이 알것 같아서

'음, 최초의 폭발 말 하는거니?'라고 답했다.

 

그러자 이녀석이 대뜸

' 그런데, 그게 하나에서 폭발 했다면 우리도 원래 하나였겠네요?'라고 하지 않은가

 

속으로 ' 요것 봐라.' 하면서 가만 있었더니

 

자기가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하나에서 나왔으면 언제가는 그게 다시 하나가 되지

않겠냐는 거다.

 

'왜 그렇게 생각하니? 라고 내가 물었다.

 

'우주가 계속 커지다 보면 끝내는 다시 작아질 것 같아서요.' 라고 말한다.

 

내가 궁금해하며

'우주는 왜 작아지는데?' 라고 묻자

 

녀석이 말한다.

'할머니가 매일 하는 말이 있어요.' 그리고는 할머니 흉내를 내면서

 

' 추우면 더워지기 마련이고, 오면 가기 마련이고, 커진것은 다시 작아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니 슬프면 다시 웃을 날이 오게 되어 있다.'라고 한다.

 

그녀석 할머니께서는 지금은 아이를 병원에 데려오시지만 IMF시절 이전에는 일매출 삼천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렸던 곳의 사장님을 하셨다고 한다. 사업체가 커져서 전문 기업인을 두게 되었는데

그 사람이 회사 지분을 빼돌려서 부도가 났고, 그 이후로는 그걸 잊고자 도덕경을 날마다 쓰고

읽기를 반복하시는데 그 중에서 저 부분을 자주 인용하여 쓰신다. 

 치료 초기 때 상담을 할 때 내게도 하신 말씀이시다. 손주 녀석도 지금은 아프지만 더 좋은 날이

올거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 하신 얘기인 것이다. 그것을  요 녀석이 옆에서 듣고 인용을 한 것이다.

 

뇌성마비 아이들은 자신이 잘 못 움직이기 때문에 평소에 친구랑 지내는 것보다

어른들하고 지내는 경우가 많아서 곧잘 주변 사람들의 말을 따라하는 경우가 많다.

그 중에 양하지 마비 아동들은 다리를 잘 쓰지 못하고 나머지 신체는 곧 잘 쓰기 때문에

못 움직이는 것을 말을 많이하여 보상하려는 경우가 많다. 요 녀석은 특히 그런 녀석들 중에

보상작용을 책을 읽고 다른 사람에게 물어서 잘 모르면 그것도 모르냐고 핀잔을 주는것을

 재미로 여기는 녀석이다.

 

요녀석이 내게만 항상 말로 골탕을 당해서인지 어디서 듣고는 조금 어렵다 싶으면

이처럼 어른같은 질문을 한다.

 

그런데 그날은 정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았다.

 

그래도 그냥 있기가 그래서

' 그럼 언젠간 다시 만나겠다. 너랑 나랑은..'

 

요 녀석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 일주일에 몇 번은 보잖아요?.' 라고 말한다.

 

'아니 나도 나이가 먹고 너도 나이가 먹지만 언젠가 우주가 다시 작아지면

시간도 다시 거꾸로 흐를거 아니냐. 그럼 그때 또 만나는 거지. 그때 다시 만나면

스트레칭 제대로 해줄께. 일단 다음에 만나도 나 기억하게 오늘 스트레칭 제대로 한번 해 보자고' 라고

 내가 말해 주었다. 

 

뇌성마비 아이들은 잘 쓰지 못하는 팔 다리를 스트레칭을 통해 늘려주지 않으면

관절이 고정되어 움직임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문제는 이 스트레칭이 꽤나 아프다는 거다.  

 

그러자 소리를 지른다.

'그런게 어딨어요? 우주가 다시 하나가 된다고 그랬지. 언제 다시 만난다고 그랬어요?'

 

그러면서 거의 울 기세다. 내가 하는 치료가 아프긴 많이도 아팠나 보다. 

 

그리고는 치료시간 30분동안 말없이 스트레칭을 받는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은 아무리 많이 알고 알아간다고 하더라도 빅뱅 이전의 세계는

상상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 녀석의 말처럼 우리는 하나였다. 빅뱅에서 떨어져나간 입자들이

 다시 만나고 부딪쳐서 중력을 형성하고 머물게 되어 녀석과 나를 만들었다. 

 

원래 하나에서 떨어져 다시 만나고 헤어지면서 만들어진 것이 우리들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하나인 것이다.

 

서로가 당기고 밀어내는 전자기적 현상이 만들어낸 너와 나에 대해 녀석의 말처럼 하나라고 말하며

장애도 장애가 아니길 바란다. 팽창하는 우주에서 탄생한 시간과 수축하는 우주에서 만들어질 시간에서

만남이 다시 될 수 있다면 녀석도 내 맘을 알아 줄 것이다. 나도 하나라고 생각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