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8488672.jpg : 침묵의 바다 서호주 인도양1318488428.jpg : 침묵의 바다 서호주 인도양75b51259df53528baf0b6c7b0c6f9a82.jpgec344d2e1f6acfb22c284f3cb3a4d59a.jpg


무심코 걸어 들어간 

잉크 빛 짙은 서호주 인도양에서는 

사물 모두가 인간으로부터 등 돌리고 경계 없이 존재한다

언어와 생각으로 자연의 사물과 하얀 벽을 만들고

경계 지어 살아왔던

오만한 세월이 무색하도록 찰나적 순간에 허물어진다.

 

한낮에 눈부신 태양의 광휘에도 불구하고 

인도양은 나로부터 경계짓는 말을 빼앗는다.

그리고 깊은 파도이는 침묵의 바다 심연 속으로 나를 내몰아 

사물과 경계없이 존재하도록 한다.


리차드 파인만이 바닷가에서 지은 싯귀만이 허공을 떠돌고,

하늘도, 땅도, 바다도, 빛도 경계없이 존재하고,

경계짓는 말과 생각이 사라지고,

이윽고 나 자신도 소실되어 사라지면 

절대적 일체의 침묵의 세계와 죽음의 세계에 다가선다.

 

하늘과 바다가 경계짓지 않는 샤크베이에 가서 

스트로마톨라이트의 전설을 뒤로한 채로, 

말과 생각이 인도양과 햇빛에 흡수되어 파도와 함께 사라진, 

고요한 침묵의 세계를 맛볼 일이다

침묵의 명령에 따라 삶과 죽음과 사물과의 경계를 넘어서

절대적 일체의 세계로 들어가 한낮을 보내며

평온한 안도감을 느낄 일이다.

 

되돌아 육지를 향해 인간의 길로 들어서면

다시금 하얗게 벽이 쌓이게 되고

완전한 일체의 몽환적 인도양은 두고두고 가슴에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