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을 앞두고 마지막 학기를 다니려니, 하루하루가 왠지 더 소중하네요.

저희 학교는 안암역에 본캠퍼스가 있고, 조치원에 세종캠퍼스가 있어요.

본캠퍼스 중앙도서관에 없는 책을 대출 신청하면,

저 멀리 조치원에서부터 책이 트럭을 타고 저에게 옵니다.

올 가을에도 별의 일생이란 책 한권이 도착했어요.

지난 봄, 고마운 마음에 썼던 시 한 편을 올려봅니다.

 

 

 

<작은 역사>

 

 

고려대학교 도서관 자료검색 키워드 [왼손잡이여인]

검색결과 총 2건

1.서울캠퍼스 중앙도서관: 불멸의가수 이미자 오리지날베스트

                                   녹음자료 <홍콩의 왼손잡이>

                                   이상 해당도서 없음 

2.서창캠퍼스 학술정보원: 범우사 피터한드케 <왼손잡이여인> 소장

 

 

 

입학 이래 세 번째 분관대출 신청은 여전히 떨리었다. 

이틀 후 통보된 도서 도착 소식에 자못 두근대며

옷매모새를 가다듬고 마중을 가니

당도해 있는 것은,  유물 한 점이다.

 

 

 

1977年8月15日 삼십사 년 전 광복절에도 문을연

서대문구 충정로3가 어느 부지런한 출판사에서 초판발행

한술더떠 세로로 인쇄된, 늙수그레한  책 한 권이   

뻘건 <보존>딱지만 훈장처럼 달고 누워있다.

 

 

 

그녀는 상점에서 나와 사무실로 들어갔다네 그녀는 상점에서 나와

손으로 짚어가지 않으면 읽던 줄만 된통 읽게되어

고고학자인양 양손가락을 동원해 더듬이삼고

한글자씩 해독해간다. 더듬거리며 더듬거리며

 

 

 

손잡이가 왼쪽으로 돌려진 찻잔 옆에 왼쪽으로 깎다만 사과

마음에 드는 귀절을 만나 귀퉁이를 꺾으니

야모지게 세모로 접히리란 기대를 저버리고

고스라니 바스러진다. 쩌억하니 안스러운 비명만 남긴채

 

 

 

책표지에 단단히 고정된 싯누런 서류봉투에는

두꺼운 도화지를 잘라 만든 독서카아드가 끼워져 있다.

독문과 3학년 8373030 정혜영 돌릴날 1985.12.20.

경제학과 1학년 9388056 오경석 돌릴날 1991.9.09.

독문과 4학년 8769013 노승준 돌릴날 1993.6.11.

그리곤

 

펜촉이

18년의 시간을 가로지르며 작은 역사를 적어 넣는다.

법학과 4학년 2006110294 이슬아, 돌릴날 2011년.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