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박자세 책자 <몽골>편에서 맡은 챕터를 마지막으로 수정하고 마무리헤서
원고를 담당자에게 보내놓고 책꽂이에서 문득 눈에 들어온 시집 한 권을 빼든다.
신경림 시집 ‘낙타’이다.
첫 장에 시인의 사인이 있다. 어느 강연장에서 강연을 듣고 처음 뵙고 사인을 받아두었었나보다.
강연을 다녀오고 사인을 받아 두고서도 내게 시인의 시집은 잠시 동안의 감성 안에서만 머물다,
기억 속에 저장 되지 못한 채 사라져 버렸었다.무심한 기억 너머에 있었던 시집이
눈길을 잡아 끈 것은 몽골 학습탐사의 사진을 보고 또 보고 했기 때문일 것이다.
시인의 사인을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책장을 넘긴다.
첫번째의 시가 ‘낙타’이다.
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것도 못 본 체
손 저어 대답하면서,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
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고 살다가,
돌아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노라고,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았는지도
모르는
가장 가엾은 사람 하나 골라
길동무 되어서.
시인이 시 속에 담고 있는 의미 보다는 내게 이 시는 그저 ‘몽골’이다.
사인까지 받아둔 시인의 시를 헤집을 기억조차 없게 까마득히 밀어 두었는데
어떤 이는 그 시를 가슴 속에 담아,
모두의 정서들이 소리 없이 흔들릴 때
캄캄한 어둠 속에서 단아한 목소리로 풀어 놓았다.
무릎 맞대고 서로의 등에 기대어 어둠 속에서도 눈을 감고,
공간을 건너오는 나즈막한 소리에 귀 열어두노라니
별과 달과 해와 모래 밖에 본 일 없는 낙타 한 마리 정말 만나질 것만 같던
2010년 바람 많던 몽골 초원 어둠 속의 텐트 안.
.
그렇게 조용히 가슴 안으로 스며들었던 ‘낙타’는
이번 몽골 학습탐사길에 낙타떼를 만날 때에 불현듯 떠오르더니
차가운 겨울의 초입에 내 책상 위로
뚜벅뚜벅 걸어와 허브향 가득한 몽골 초원으로 조용히 잡아 이끈다.
은하수 흐르는 별 하늘 아래 돌아가
바람 가득한 들판에서 다시 잠들고 싶어지는
알싸한 공기 코끝을 에이는 초겨울의 어느 날이다.
저도 몽골 그 이후로 이 시가 너무 좋아
시인의 전하는 시의 의미를 읽어보았습니다. 저도 시인의 의미보다는
홍총무님같이 몽골에서 그 분위기에서에 기억된 느낌으로
이 시를 가슴에 품었습니다. 가끔 읊조로이죠
몽골 사막의 밤, 불빛 하나 없는 사막의 밤에 컴컴한 덴트속 24명의 대원들은
노복미 샘의 그 목소리와 기적같이 나타난 낙타에
행여나 다시 가버릴까봐
모두 숨을 죽이고
가슴속으로 가슴속으로 낙타를 숨겼지요,
사막의 바닥으로
텐트지붕으로
가슴위로
은하수는 파랗게 파랗게 쏟아지고 있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