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 같던 하늘이 석양에 걸려

단말마의 비명을 토해내고

고삐 풀린 야생마처럼 어둠이

사위에 잦아들 때

공중정원 한 켠에

별 꽃으로 자리한 너는

눈부시다.

 

137억년 숨가쁜 여행 끝에 

생명의 나그네로

푸른 행성 지구 서호주 표면에 서서

생각 안에 갇혀 너를 보는 나는

눈물겹다.

 

미리내 강가의 연인처럼

꿈 같은 해후를 하며 마주하기 위해

너와 나는 137억 년을 달려왔다.

 

힘의 균형을 위해

하늘정원에 별 하나 띄우면

내 마음에 생명의 꽃 피어난다.

길이 없어도

너는 빛으로 달려오고,

나는 생각의 길로 달려간다.

 

너는 생명을 꿈꾸는 애벌레처럼 

지상의 시를 노래하며

하늘에서 애를 태우고

나는 어머니 자궁 속 같은 너를 향해

하늘 닿게 걷고 싶어

땅 위에서 애를 태운다.

 

애달파 지쳐 고단한 육신 

바람맞은 풀잎처럼

사막에 드러누이고

밤이 깊어갈수록

두 눈은 숨쉬는 별빛을 쫓아 

쉼 없이 밤하늘을 두리번거린다.

 

하늘강가에서 바람과 빛과 생각의 길을 따라

적막 속에 오랜 침묵의 대화 향기 퍼지고 

묵시록의 샘이 가득 차 넘칠 무렵

다가오는 새벽이 아쉬운 연인처럼

미완성 연가를 남긴 채

이제는 돌아서야 할 시간

 

서리꽃 피는 사막의 새벽이 찾아오면

밤사이 화려했던 너는

찬이슬로 마감한다.

나는 너를 만난 시간과 공간의 얼굴을 기억한 채

깊은 침묵의 향기로 마감한다.

 

137억 년 만에 만난 우리 무엇으로 다시 만날까?

 

네가 내 가슴에 없어지는 날

문명에 튜닝 된 삶이 고달프고 힘들다 여겨지는 날

소슬한 바람 불어 그리움이 사무치는 날

나는 너에게로 길 없는 길을 찾아 떠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