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고리 만들기
"천문학+뇌과학"을 공부하다보면 열심히 열심히 빨간줄 노란줄을 그으면서
경이로운 마음에 감탄사까지 연발하면서 분명히 이해했는데,
책을 탁 덮고 요점 정리를 하려면 머리가 하얘지면서,
으~응 그게 그러니까 글쓴이가 뭘 말하려고 한거였지?...
이런 생각이 드는 따~악 나같은 사람을 위해서 쓴 글이 있어서 여기 옮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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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기억은 옷장과 같다고 한다.
공교육의 가장 지속적인 결과는 그것이 일련의 고리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중에 새로운 정보를 접했을 때 그 정보를 고리의 연장선상에 걸어둘 수 있다.
고리가 없다면 새로운 정보는 마룻바닥에 떨어진다.
과학지식이 많지 않은 어느 한 독자가 자연에 대한 내 책을 읽었는데,
그는 읽을 때에는 내가 말하는 모든 것이 이해되는 것 같았는데
그 다음날엔 하나도 기억할 수 없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나는 그것은 고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시험을 보는 것이 아니므로 걱정하지 말라고,
사실 우리가 과학책을 읽는 것은 그 다음에 읽을 책에 대비한 고리를 만드는 것에 다름아니라고.....
그렇다.
이야기를 처음 들을 때 중요한 것은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다.
(p20) "자연의 신성한 깊이" - 어슐러 구디너프
박문호 박사님은 "고리"를 "말뚝과 섬"으로 표현하셨죠.
대가들은 공통된 패턴을 보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