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무래도 서호주로 가야겠다. 


그 붉은 대륙과 짙푸른 하늘로 가야겠다.

묵직한 배낭 속에 한 장의 지도와 나침판, 

앤드류. H.놀의"생명 최초 30억년"과 수필 한 권 있으면 그만이다.

끝없는 지평선에 깔리는 장미빛 노을과 어둠을 깨고 불타오르는 듯 동트는 여명만 있으면 된다.


나는 아무래도 다시 서호주로 가야겠다.


강하고, 부드럽게, 내가 싫다고는 말 못할 그런 목소리로 바람결에 나를 부른다.

흰구름 떠도는 바람 부는 날이면 된다.

그리고 황야의 칼바람을 막아줄 아늑한 텐트 한 동과 

발 편한 낡은 등산화,향기로운 스카치 한 잔 이면 그만이다.


나는 아무래도 다시 서호주로 가야겠다. 


바오밥나무 가지사이로 들새가 날아가고 

유칼립투스나무 뒤로 캥거루가 뛰어가던 길을 나도 가야겠다.

모닥불가 젊은이들의 신나는 이야기와 검푸른 서호주 밤하늘의 수 많은 별들 과의 대화가 끝나고 

깊은 잠과 달콤한 꿈만 내게 있으면 그만이다.


배낭을 챙기자. 나는 아무래도 다시 서호주로 가야겠다. 떠돌이 신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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