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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이 세계를 새롭게 그려내기 위해 과학을 택했다.” 책 뒤표지에 있는 말이다. 우주가 탄생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분자에서 물고기, 행성으로 변모하여 살아온 ‘크프으프크’. 존재하는 모든 것의 분신인 그가 입을 열어 우주 탄생과 진화에 관한 추억을 풀어 놓는다.


  과학을 공부하는 사람은 문학과 영화를 알아야 한다. 과학은 건조하고 차갑기 때문이다. 그 역으로 문학과 영화를 공부하는 사람은 과학을 알아야 한다. 제멋대로인 공상과 얼토당토 않는 세계에서 벗어나 튼튼한 세계관의 토대를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말에 딱 맞는 이탈리아의 거장 칼비노가 들려주는 우주와 진화에 관한 신비스러우면서 우스꽝스러운 소설이다.


  과학 공부를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이 소설집이 단순한 흥미로운 이야기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러나 과학공부를 하는 사람은 소설집에 실린 진화와 시간과 공간에 관련된 12편 이야기에서 ‘나’와 ‘우주’와 ‘생명’을 잇는 질기면서도 매혹적인 끈을 발견할 것이다.

  

  그 소설들은 건조한 과학에 따뜻하면서 부드러운 입김을 불어넣어 입가에 웃음을 짓게 만든다. 첫 이야기는 옛날 옛적 달이 지구와 아주 가까운 시절 일어난 일이다. 마지막 작품은 ‘눈의 탄생’에 얽힌 철학적이면서 과학적인 질문이다. “아무튼 대변혁이 일어났다오. 갑자기 우리 주위에 눈과 각막과 홍채와 동공 들이 펼쳐졌지요.” 


   작품은 과학과 문학 사이에 아름다우면서 황홀한 다리를 놓는다. 그 다리를 몇 번이고 다시 걷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