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뒷풀이를 하고 나서 주차장에서 만난 나를 함께 타고 가자고 하셨지요?

그 차를 얻어 타고 대전으로 고속도로를 달렸지요. 앞자리에 나란히 앉아서 

저도 운전자의 기분을 ? 아니 그 이상의 기분을 만끽했습니다. 

그리고 시를 써서 어느 문학 계간지에 올렸습니다. 

한 번 보시지요. 


날개의 속도 


잠시 운전석에 접목된 내가 

바람의 속도로 달린다 

몸이 새처럼 가벼워 

허리를 흔들고 싶은 여기는 

어둠이 내린 고속도로 

불 밝힌 가로등 따라 

밤안개에 덮인 터널을 달린다 

하마 절반 정도 왔는데 

불빛 터널 저 끄트머리 

가로등이 눈앞에 아득히 떠 있다 

양 언덕배기에 3자를 그리고 

잇달아 안개를 막는다 

아릿한 밤안개 속에서 

순하게 잠든 나무와 꽃 

꿈결처럼 손 내밀어 주겠지 

고속도로엔 정지등이 없어 

잔 물방울이 빛으로 설레는 

구름의 끝자락을 빠져나와 

핸드폰 너머 목소리에 답한다 

거기 조금만 더 기다려 

이미 마음엔 날개가 돋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