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기후와 날씨에 관하여 자료를 준비하고 발표하라는 박문호 박사님의 전화를 받고 

선뜻 하겠다고 응답하고 나서 살펴보니 만만한 분야가 아니였다.


9시 뉴스 끝 무렵에 들려오는 기상캐스터의 날씨 브리핑을 귀에 익도록 들어오고 

우리의 일상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누구나 매일 관심을 가지지만 

막상 자료수집과 발표를 염두에 두고 살펴보니 예삿일이 아니었다.  


박자세의 자료가 그냥 보통 여행책자처럼 간단한 날씨와 기온만 소개하는 수준으로 발표될 수는 없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호주의 기후에 관한 자료는 모두가 영어로 되어있고 

한글로 된 자료는 하나도 없어서 영어에 취약한 나로서는 막막하기 그지 없었다.

더군다나 기후에 관한 용어도 제대로 모르지 않는가?


막막함을 극복하기 위하여 먼저 기후학에 관한 책을 읽고 

개념과 원리와 용어를 파악하는게 순서라는 생각이 들어 

국내에 소개된 교과서 수준의 책 10권정도 중에서 

초보자 수준에 맞는 이승호 건국대학교 교수의 기후학이라는 책을 골라 사서 무조건 읽기 시작하였다.


점차로 기후에 대한 여러 개념이 파악되고 용어에 익숙해지자 기후학이라는 학문이 다시 보이기 시작하였다.


기후학은 대기를 가진 지구에 있어서 지질학, 지형학등을 포함한 자연지리학의 최고봉에 있는 학문임이 분명하였다.


생명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지질과 지형등 지구의 형태와 작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기후의 원리를 폭넓게 다루는 학문이 기후학이었고,  

그간 137억년 우주진화과정을 통하여 배운 여러지식들이

머리속에서 씨줄과 날줄로 얽혀 들어가며 기후가 이해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열역학에서 박사님이 화두로 던져준 "열적평형""상태수"라는 개념은 

기후학을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였다.


지구기후의 다양성은 대기의 분자와 바다의 물분자와 지표의 고체분자가 

각기 분자배열의 상태차이로, 열적평형에 이르는 물리적 반응과 속성이 달라서 생기는 것이다.


이론과 실험실의 결과로서의 지식이 아닌 

실제 지구의 자연에서 매일 일어나는 생동감과 현장감있는 지식의 보고가 기후학이었다.


기후학은 철저히 물리의 법칙에 기반한다.

태양과 지구와 대기와 우주가 시스템적으로 얽혀 에너지를 주고 받고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리적 현상(복사, 대류, 전도)이 기후이다.


저멀리 떨어진 우주공간과  별들과 가까이 있는 생명과 대지도 물리의 법칙을 따른다.

하지만 모두들 우리 인간이 그 법칙을 체감하기는 매우 힘들다.

우주공간과 별은 너무 멀리있어서, 생명과 땅덩어리는 그 내부구조가 너무 미세해서 

물리법칙이 생성하는 결과로 벌어지는 작용들을 우리의 감각으로 인지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기후학은 다르다.

 

우리가 배우고 익힌 과학적 지식이 실제적으로 작동되며,

우리 곁에서 항상 벌어지는 물리적 현상의 다이나믹스가  곧 기후이기 때문에 

그 원리와 현상을 시시각각 눈으로 보고 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 


물리의 법칙과 원리를 인간의 감각으로 체감할 수 있게 하고, 

우리가 사는 지구라는 행성에 생명현상을 가져오고, 

생명의 삶과 인간의 문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기후의 중요성을 너무 늦게 알았다는 자책감이 들었으며, 

지구라는 행성과 생명과 문화를 이해하는 핵심키워드가 기후라는 걸 새삼 알게 되었다.  


기후는 물리법칙의 전면에 서서 생명을 포함한 지구라는 현상의 배경으로 존재한다! 


매번 새롭고 낯선 길을 선뜻 도전하는 것은 항상 즐겁다.

새롭고 낯설다는 것은 우주나 자연, 인간사회에 항상 존재하지만 

나에게는 없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박자세가 나에게 주는 가장 큰 즐거움은 매번 새롭고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게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