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며칠간 뜸만 들이던 비가 내린다.

갑갑한 일주일이 손안에서 모래알처럼 흘러내린다.

많은 활자들과, 내안에서 뱅뱅 맴돌고 있는 말들속의 모티브 하나를 잡고 싶어서

애를 쓰던 시간이 그렇게 흩어지고 있다.

뭔가가 어슬프게 기억되어 있는 것이다.

아슴아슴, 떠오를듯 말듯 안개속 같은 미로를 헤집고

‘아 이거다’하는 한 단어를 불러오는 일. 상황에 적절하게 맞는 단어 하나 인출해 내는 일.

내 기억의 저장고에는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는 단어들이 없는 것만 같다.

모듈화되어 있지 않은 기억들의 쓸모없음이라니...

분명히 이해하고,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뭐야?’라고 물었을때 ‘어버버,,,’ 헤매게 되고 마는 것.

‘뉘앙스로는 아는데, 설명하기가 참 쉽지 않네...’라고 하게 되는 것들.

하물며 일상적으로 쉽게 쓰던 단어들조차 그러할 때가 많다.

그렇다면, 오랫동안 ‘이해’라는 두리뭉실한 학습법이 잘못되었다는 것이고

벗어나는 길은 확실하게 모듈화된 지식을 ‘암기’하는 것이다.

자, 알게 되었으니 금방 적용이 되는가?

어릴때부터 형성된 습관은 어느새 저항을 불러온다.

암기가 쉽지가 않은 것이다. 여기에는 익숙한 생활패턴들도 한몫을 한다.

결심을 다지는 순간이 지나가면,

또 다른 일상의 습관으로 참 쉽게도 리셋이 되어 버린다.

리셋된 자신을 들여다볼때마다 실망하고 좌절하게 된다.

애쓰지 말고 편하게 살라는 마음속 유혹의 목소리도 들린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러함으로 노력을 한다.

지금의 자신에게서 실망을 거둬들이는 일.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는, 알고 싶다는 열망을 실현하는 일.

그것을 성장이라고 이름한다면, 나는 지금 성장하기 위한 진통을 겪고 있는거다.

아픔 없는 성장이 어디 있는가.

구도(求道)하듯이 안간힘을 써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