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의 이름을 무엇으로 할거냐를 놓고 설왕설래가 있었다.

“솔직히 거창하게 농장이라고 하긴 좀 부끄럽지 않나요? 겨우 텃밭이구만...(--)+”

이런 내 반응에 펄쩍 뛰는 남편.

“무슨 소리냐? 남들 몇천평보다 더 소중한 거다.”

자부심 하나는 멋지다. 그래서 농장 이름을 짓기로 했다.

처음에는 ‘산․바람’ 이라고 지었다. 남편이.

 

농장을 산 것이 11월 말.

덤불 가득한 땅을 잠시 정리하고 뿌듯한 감회에 젖어 있던 그해 겨울,

맨처음 만나게 된 것이 사방을 휘돌던 바람이었다.

야산 중턱에 자리해서이기도 하고, 양쪽으로 산들이 있어서 몰아쳐서 그런가 했다.

근데, 저 이름으로 몇 번 불렀더니,

동네 어르신들이나, 주변에서 자꾸만 “신바람”이라고 호칭을 한다.

뭐 기억하기에 딱히 나쁜 이름은 아니지만,

왠지 고속도로 휴게실에서 울리는 트로트 메들리를 연상시킨다.

그래도 여기다 삶의 터전을 꾸려 보자는 꿈을 갖고 있는데 이건 좀 아니지 않은가 싶어서

고심 끝에 지어낸 이름이 “바람이 머무는 언덕” 이다.

 

첫 번째는 말 그대로 바람이 많아서였다.

그 주변에 부는 모든 바람이 우리 농장에만 머무는 듯했다.

여담이지만 참으로 신기한 사실은 요즘은 그다지 심하게 바람이 불지 않는다는 것이다.

태풍으로 연일 무섭던 바람소리에도 농장은 오히려 조용하다 싶을만큼이다.

구석구석 다듬는 사람의 손길따라 바람도 길이 들었을까?

 

두 번째는 바람, 즉 소망의 의미를 담아서였다.

전원주택을 짓고 싶어서 한 2년여간 대구 근교를 많이 돌아다녔다.

팔공산 주변, 가창, 청도, 합천, 성주, 등등.

몇 년 전 후배가 터 잡고 내려간 경남 산청에도 일부러 시간을 내어 다녀왔었다.

예쁘게 지어진 집들은 사진에 담고 간혹 집구경을 핑계 삼아 차도 얻어 마시고, 정보도 얻고, 그렇게 여기저기 쏘다니다가 기가막힌 우연으로 만나진 곳이다.

 

처음 구경가던 날,

덤불로 뒤덮여 발조차 디디기 힘들었는데도 두근두근 뛰던 심장의 고동소리가 기억난다.

땅이 “절 사주세요” 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시간과 공간과 상황의 절묘한 조화.

제대로 성사가 되는 세상 모든 일이 바로 그러한 조화 안에 있는 것은 아닐까.

몇겹의 우연들이 겹치고 쌓여 절묘한 타이밍 안에 녹아드는 것.

그렇게 만나진 곳에서 전원주택의 꿈은 먼 미래로 미뤄두고 농장을 가꾸고 있다.

그 꿈이 언제 실현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러한 우리들의 꿈이 머물러 있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아서이다.

 

처음에는 하루빨리 집을 짓고 싶었으나,

지금은 작은 소망을 품고 가꾸고 있는 현재가 충분히 행복하다는 생각을 한다.

품고 있는 꿈이 무르익어 적절한 때에 실현될 수 있으리란 걸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