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탐사를 마치고 인천공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기내에서 노복미탐사대원이 간단히 질문하였다.

"이번 학습탐사를 점수로 1-10점으로 매기면 멘토는 몇점쯤 해당하는 점수를 매길거냐?"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10점이라고 대답하였다.

나의 대답은 무성의하고 즉흥적이고 감상적인 대답이 아니였다. 

내가 그렇게 만점에 해당하는점수를 매긴 이유를 구체적으로 말하고자 한다. 


인간과 생물이 다양하고 편한 삶을 영위하는 공간과 모든 생물이 살기 힘든 공간을 

불과 며칠의 간격을 두고 파노라마처럼 몸으로 느껴본 흔치않은 경험을 하였기 때문이다. 

아마도 같은 공간이라도 열흘이 아닌 한달을 두고 탐사했더라면 

이렇게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섭생대를 몸으로 절감하기는 어려우리라 생각된다. 


사막은 생명이 존재하기에 태양에너지가 너무 강하고 토양은 황폐화되어 척박한 환경인바, 

이번 탐사여행을 통해 그 경계점인 공간에서 힘겹게 생명들이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는 현장을 

눈으로 몸으로 체험하였다.


사막의 경계점에서도 존재가 무엇인지? 생명이 무엇인지?가 투명하게 드러났다. 

우주와 자연과 인간현상과 사물과 존재에 관한 근원적이고 해결하기 힘든 무거운 질문을 가진자들은 

사막으로 가라!  


최소한 그 경계점이라도 가서 몸으로 느껴라! 모든게 투명해지는 공간이 있었다.


생명이 존재하기 힘든 극한의 공간은 

생명과 인간의 철학적 종교적인 모든 질문에 친절한 답변을 제공해 준다.


책과 사유가 아닌 자연으로부터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답변을 나름대로 쉽게 구했다.

왜 인류의 종교와 철학분야의 위대한 인물들이 사막지역의 광야에서 깨달음을 얻었는지 이유가 있었다.


벙글벙글지역에서 혼자서 잡목숲속으로의 트레킹을 하면서 

인간의 감각과 감정과 느낌과 생각의 기원이 어떤것인지 스스로의 관찰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동물인 인간이 기억을 통해 생존의 길을 찾기 위하여 

외부에 느낌과 감정을 끊임없이 흩뿌리고 다니며, 

이는 동물이 영역표시와 기억의 표시를 하는 일련의 행위와 다름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것이 바로 생각과 기억의 근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마도 느낌과 감정을 외부자연에 뿌리지 않으면 우리는 생존에 필요한 그 어떤 것도 기억할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연에서 행하던대로 타인에게 자신도 모르게 

느낌과 감정을 뿌리며 기억과 생각의 근원으로 삼는다는 것을 유추하게 되었다. 

감정과 느낌이 이성과 생각에 앞선 근본적인 요소인 이유라고 생각한다.


호주를 남북으로 관통하면서 자연을 개척한 인간의 길을 인상깊게 만날 수 있다.

시야를 가로지르는 지평선과 지평선에 소실점 한점으로 만나는 길!


매일밤 하늘의 공중정원을 수놓는 별자리를 만든 것 역시 인간이 만든 하늘의 길임을 알 수 있었다. 


인간이 생존을 위한 길을 타인과 자손에게 알려주기 위하여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지구상의 자연지표보다 오랜동안 변치않는 하늘에 별들을 지표삼아 

구전해 주기위하여 기억하기 쉬운 신화, 영웅담, 동물의 명칭을 붙여서 만든 인간의 길임을 알게 되었다.


하늘의 길이나 땅위의 길이나 인간이 생존을 위해 만든 길이었다.


이 모든 걸 느끼는 인간의 출현까지의 지구의 역사가 지문처럼 남아있는 곳이 서호주였으며, 

생명의 기원과 밀접한 지질과 암석의 지구역사가 발가벗은 몸으로 드러나 있는 곳이었다.


매일밤 우주와 별의 물리를 생각하고, 지구생성의 지문을 관찰하고, 

생명과 존재의 의미를 투명하게 느낄 수 있었으며, 

오늘의 인간에 이르기까지 생존의 길을 만들어 온 인간의 작품을 하늘과 땅에서 감상할 수 있었다. 


밤하늘의 별을 보며 무한한 우주를 상상하고, 바오밥나무를 보며 

어린왕자의 순수함을 회상해보는 즐거움은 덤이었다. 


아울러 밤새워 은하수와 별자리를 보면서 지구가 자전하는 느낌을 시시각각 느껴보는 것은 

누구나 누리는 즐거움은 아닐 것이다.  


이래서 이번 서호주 학습탐사에 10점 만점을 부과하였으며, 만일 관광여행이라면 1점을 주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