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 반. 선산휴게소.

흔들리는 어지러운 잠속을 헤매다 화들짝 깨어난다.

버스안이 답답하다.

많지 않은 승객임에도 2시간 반을 갇혀진 공기는

너무 친절하신 기사분의 배려로 틀어놓은 히터에 데워져 더 짙어져 있다.

알싸한 초가을의 공기 속으로 내려선다.

바람 한 점 없는 밤공기 속에 버스들과, 사람들과, 화사한 불빛이 가득하다.

 

애써 짙은 어둠을 찾아 나선다.

멀리 적막한 마을의 가로등 불빛이 잔잔한 호수에 은빛 길을 내놓고 있다.

습관처럼 하늘을 올려다본다. 눈에 한가득 페가수스 사각형이 들어와 박힌다.

서호주 밤하늘, 찬란하던 은하수는 희미하니 흔적만 남아 있다.

은하수를 날고 있던 백조도, 독수리도 그저 머나먼 전설처럼 아득하다.

고개가 더 뒤로 꺽여진다.

새벽 달빛 속에도 선명하던 자태의 오리온이 그림자처럼 흐리다.

눈을 감는다. 손에 잡힐듯, 사진처럼 선명하게 박혀진 기억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우주 속의 나를 만날 수 있었던 그 밤들로 다시 돌아간다.

 

그래. 이것이었을 거다.

이렇게 선명한 기억 한 장이, 생생하니 와 닿는 장면 하나가

매주 대구에서 서울로의 발걸음을 재촉하게 했을 것이다.

왕복 8시간. 여정의 고단함을 행복한 설레임으로 바꿔주었을 것이다.

 

휴게소를 벗어난 버스는 잠들지 않은 도시의 화려한 불빛들을 스쳐지난다.

저 멀리 서대구 톨게이트의 전광판이 정겨웁게 다가와 있다.

다시 한번 꿈꿀 수 있는 열정을 품어 안고

나는 여전히 다음주에도 서울로 가는 열차 안에 몸을 싣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