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야겠다고 생각하니까 시작하는 것이 어렵네요.

그래서 그냥 일단 적어보겠습니다.

 

어느 박사님을 것도 작년 일이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저자와의 대화]한다고 합니다.

책을 짓는 사람들은 무슨 말을 하려나 하고 들어갔습니다.

그랬더니 우르르 세상 무너뜨리는 소리를 하십니다.

세상에박사님 곁에서 발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어떻게 [3특별한 과학] 강의에 있겠습니까?

 

강의장에 가보니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역시수가 없지.’

근데 강의 내용이 장난이 아닙니다.

처음 들어보는 용어들의 행진에 작아졌습니다.

내가 여기 있어도 되나 싶습니다.

개인적 사정으로 따로 공부할 만한 여유도 없고

보니 대충 공부해서는 따라갈 수도 없습니다.

 

번째부터는 어렵습니다.

그림 따라 그리다 보면,

저게 e인지 a인지 고민하다 보면

저만치 밀려납니다.

하는 없이 박사님과 박사님 손만 번갈아 보기로 합니다.

처음 들어보는 속을 떠다니다 보니 어느새 눈이 멍해집니다.

어찌 아셨는지 호통을 치십니다.

 

여기는 박사님만 대단한 아니라 학생들도 대단합니다.

글이며 사진이며 대단하오 포스가득합니다.

가뜩이나 낯을 가리는데 어렵습니다.

저만치 뒤에 있는데 열심히 할만한 형편도 됩니다.

수업 마치면 누가 볼까 일찌감치 빠져 나갑니다.

그래 내가 모르는지는 알고나 가서 물어야지싶습니다.

그렇게 8강의는 훌쩍 지나갑니다.

 

박문호 베스트 북은 보물입니다.

보물답게 희귀할 때가 많습니다.

지금 하는 일에도 도움이 된다고 애써 변명하며 기억에 관한 책을 찾습니다.

기억을 찾아서쉽게 샀습니다.

보고 싶은 역동적 기억 절판입니다.

학교에도 없습니다.

이런 책도 사놓고 학교에서는 뭐하나 싶습니다.

다행히 요즘은 서로 돕는 세상이 같습니다.

상호대차 서비스를 받으러 친숙한 건국대학교로 갑니다.

빨리 보고 싶어 직접 간다고 했습니다.

빌려서는 재빨리 제본을 떴습니다.

, 이제 역동적기억 있습니다.

종이 질이 나쁘지만 조심이 보면 됩니다.

가격도 쌉니다.

뿌듯합니다.

잘한 같습니다.

 

 

속에는‘MOP’, ‘장면’, ‘스크립틀릿등의 용어가 무수히 반복됩니다.

제가 어릴 적에 토요명화극장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오래 했었는데 갑자기 재미없는 영화만 보여주더니 어느새 없어져 버렸습니다.

그래도 오프닝 장면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우선 밤밤밤밤 밤밤밤밤♪ 빠라밤~♪ 하고 음악이 흐릅니다.

그리고는 영화 필름 하나가 쫙~ 풀리며 지나갑니다.

프레임 하나하나에는 유명한 영화 속 장면이 연출됩니다.

참 좋아했었는데

 

MOP는 각 프레임들을 묶고 있는 필름과 비슷합니다.

장면은 하나하나의 프레임과 비슷합니다.

스크립틀릿은 그 프레임 속에서 주인공들이 행하는 세부적인 사건과 비슷합니다.

그렇게 저자는 인간의 기억을 개념 지어 보려고 시도합니다.

제가 이해하는 바대로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MOP-박자세에서 활동하기]가 있습니다.

이 필름은 [장면-건국대 강의장에서 강의듣기], [장면-현장 답사 가기] 등을 체제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장면에서 일어나는 세부적인 일들로

[스크립틀릿-그림 따라 그리기], [스크립틀릿-간식 감사히 먹기] 등이 있습니다.

 

물론 이 구분은 굉장히 애매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MOP-강의장에서 강의듣기]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MOP-간식먹기] 등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MOP와 장면 그리고 스크립틀릿의 차이는 보편성의 차이입니다.

장면은 일반적으로 장소를 기준으로 하여

그 장소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크립틀릿은 그 장면에서 일어날 수 있는 특이성을 가진 연속적인 세부 행위입니다.

따라서 장면과 스크립틀릿에는 그 장소의 특성에 따른 물리적 제한이 따릅니다.

하지만 MOP는 물리적 제한을 넘어 더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습니다.

특정 스크립틀릿이 자주 이루어지면 장면에 포함될 수 있고

장면 또한 자주 활성화되어 보편성이 높아지면 MOP수준의 저장구조가 될 수 있습니다.

이 구분은 임의적인 것입니다.

책의 제목처럼 기억은 1/1000초 단위로 역동적으로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저자 또한 설명을 위해서는 개념화하려는 시도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기억을 저장하고 있는 구조를 단계화 하려는 것은

기억의 저장원리를 설명하기 위해서 입니다.

우리는 어떤 사건을 접하게 되면

우리의 기억구조에서 그 사건과 가장 유사한 것을 찾아내려고 합니다.

그 시도가 잘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습니다.

유사한 기억을 찾아내면 기대를 생성합니다.

예전에 이루어졌던 사건이 어떤 순서로 흘러갔는지를 회상하고

그 순서처럼 사건들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세상일이 언제나 똑같지가 않습니다.

그럼 우리의 기대는 실패를 하게 되고

그 실패는 그 사건을 처리하던 기억의 구조에 붙게 됩니다.

왜 실패를 했는지 그 설명도 붙습니다.

실패가 붙는 곳은 어느 기억구조의 정보가 실패한 기대에 관여했는지에 따라서 다릅니다.

그 실패가 그 개인에게 있어서 보편적일수록 상위구조에 붙게 됩니다.

그렇게 우리는 학습을 하게 됩니다.

기억구조는 동시에 처리구조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제가 초기에 박사님의 강의를 듣고 용어들 속에서 둥둥 떠다닐 때 마칠 시간이 다가 왔습니다.

박사님은 말씀하십니다.

“1분만에 끝내겠습니다.”

저는 기대를 생성합니다.

이렇게 긴 강의를 하셨으면 피곤하기도 하실 테니까 빨리 끝내려고 하실 거야

‘1분만에 끝낸다고 하셨으니 금방 끝내시겠지.’

하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박사님은 10분이고 20분이고 더 하실 수 있으십니다.

[스크립틀릿-강의 마칠 시간 준비하기]에 이 실패가 붙었습니다.

그리고는 설명도 붙입니다.

세포들이 우리랑 다른 시간 단위를 사는 것처럼 박사님도 우리랑 다른 시간단위에 사신다.’

이 스클립틀릿이 반복되어서 활성화되면서 장면의 일부가 됩니다.

[장면-건국대 강의장에서 강의 듣기]에는 이 정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박사님이 1분만에 다 설명하신다고 하실 때 저는 기대를 생성합니다.

… 10~20분 더 걸리겠군.’

저는 제대로 학습을 한 것입니다.

 

책을 보며 저는 이렇게 이해했습니다.

 우리가 어떤 사건을 접하면 우선적으로

기존의 뇌세포들의 시냅스 사이에서 가장 유사한 정보를 찾아냅니다.

그리고 그 정보에 따라서 기대를 형성합니다.

하지만 그 기대가 실패할 때

새로운 시냅스가 관련 정보를 담고 있는 시냅스의 주변에 새롭게 생성됩니다.

 초기에는 관련 정보를 모두 담고 있기 때문에

세세한 것까지 다 기억할 수 있는 스크립틀릿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필요한 정보인 보편적인 수준의 정보만 사용하게 되면서

세부적인 정보를 담고 있던 시냅스는 점점 약해집니다.

반대로 자주 사용하는 부분의 시냅스는 점점 강해집니다.

하지만 시냅스자체가 아주 없어지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입니다.

다만 그 연결이 약하기 때문에 회상을 하는데 시간이 걸리게 될 것입니다.

아예 회상을 할 수 없는 경우도 생기고요.

이 연결의 강도가 보편성을 결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넓은 범위에 관계된 시냅스 회로일수록 시냅스 길이도 길고 자주 쓰여  그 수도 많아 질 테니까요.

아마 미엘린도 많이 감기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생각해내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는 고속 회로가 되는 것입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이 보편적인 정보를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어떤 사건을 마주하게 되고 기대를 형성하고

그 기대가 실패하는 것에서 학습을 하게 됩니다.

이것이 가장 본질적인 형태의 학습입니다.

스크립틀릿이 생성되어야 장면이나 MOP 등의 상위구조가 생성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가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던 이유가 명확하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박사님이 말한 개념의 힘인가 싶었습니다.

제가 어려워서 피하던 일들에 모두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숨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예전에도 많이 들은 말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로 가슴 속 깊이 다가왔습니다.

경험은 배움의 핵심입니다.

 

이것은 의식적 지식과 비의식적 지식의 습득과정이 다르다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공부를 잘하는 것이든 말을 잘하는 것이든 의식적 지식으로 배울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책을 통해서 얻은 지식이나 전문가의 강의를 통해 들은 지식은 가이드라인이 될 수도 있겠지만

결국은 폭을 좁혀주는 정도에 그칩니다.

결국은 자신이 경험을 통해서 시냅스들을 형성해 가야 합니다.

그리고 때가 되면 그러니까 충분한 수의 시냅스가 연결되고 미엘린이 적절하게 감기면

박사님이 말씀하신 , 어 되네.”하고 말하는 순간이 올 것입니다.

제가 박사님으로부터 배우고 싶어 한다면

다른 박자세 회원분들께 무엇인가를 배우고 싶다면

곁에서 그분들이 하시는 것을 보고 같이 경험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더 많이 실패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박자세 안에 있어야 했습니다.

 

역동적 기억을 참 열심히 읽었습니다.

아마 제가 가장 열심히 읽은 책일 것입니다.

읽는 도중 몇 번이나 감탄하고 또 감탄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박문호 박사님 내 언젠가 꼭 안아드리리.’

역동적 기억은 정말 멋진 선물이었습니다.

 

박문호 박사님께서 강연하시는 창의성 포럼에 참가했습니다.

자기 소개 할 때 박자세 회원이라고 말하며 남몰래 힘이 들어갔습니다.

처음으로 강연 후의 모임에도 참석했습니다.

포럼 관계자 분들과 식사가 있어서 박사님은 좀 나중에 참석하시고

회원들 먼저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박사님 자리를 비워두어야 했는데 우연치 않게 제 옆자리가 되었습니다.

처음 참석하는 것이어서 조금 어색했는데

박사님 옆이라서 좀 더 긴장했던 것 같습니다.

강연 후 모임에 처음 참가하는 사람들이 자기소개를 하게 되었습니다.

긴장해서 그런지 뭐라고 소개를 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납니다.

다만 책 이야기를 하다가 감동이 되살아 났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안아드리고 싶던 박사님이 옆에 계셨습니다.

Right Time Right Place!

저는 어느새 박사님을 안아드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아 의자 등받이 때문에 생각하던 것만큼 꼭 안아드리지 못했어.’

그리고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한참 생각했습니다.

박사님께 저를 처음 소개하는 자리에서 안아드리라고는 생각도 못해봤습니다.

기대 실패가 일어났습니다.

 

생각해보면 아마 다른 분들께도 기대 실패가 일어났고

설명이 필요했을 텐데, 제가 아직 설명이 능숙하지 못합니다.

이점 사과 드리고 훈련하겠습니다.

 

지하철 문 앞에서 박사님께서 느낀 것을 글로 한 번 적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권하셨습니다.

길게 적을 생각은 없었는데 좀 많이 길어져 버린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여건 닿는 데까지 박사님과 박자세 옆에 꼭 붙어 있고 싶습니다.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