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1

 

해를 본다. 빛난다. 따뜻하다. 열정적이다. 신비스럼이다.

 

여명이 틈에 산하가 저리 이리 움트며 서서히 나타남은 마치 깜짝 놀람이요

어렴풋이 빛드는 느낌이요 조화옹이 첫날을 내디딜 즈음에 창조되는 그 순간을

영감케하는 온 몸에의 감전. 아! 해는 빛이구나.

 

두 뼘쯤 해가 사뿐히 솟아나면 어느덧 만물은 기지개를 한껏 펴고 활개를

마냥 침이요 너른 창공의 대기는 한 치 흐트러짐 없는 청명한 모습이요 온몸에

충만해오는 따사함. 아! 그대는 따뜻함의 원천.

 

머리 위 두 뼘쯤 해가 기움에 사위는 따사롭다 못해 뜨거움으로 퍼져나가는

온 힘이요 뭇 만물이 땀이 흠뻑 배여진채 서로가 서로에게 마냥 팽창함이요

모두가 열정의 끝에서 서성거림. 아! 님은 열정에의 여로.

 

해가 늬엿늬엿 멈칫멈칫 서녘이 붉게 물듬에 만유는 영원히 저 너머 세계로 흩어짐

이요 밝음의 끝은 어둠으로 다가서고 붉음의 가장자린 새하얗게 엇갈림이요 

그 모든 까닭은 온전히 스스로 사라짐. 아! 해는 신비스럼의 샘.

 

 

 

해 2

 

님과 하나될 수 있을까

 

내 그대를 가까이 할 수 있을까! 그대와 같이 될 수 있을까! 빛의 남과 스러짐을

함께 할 수 있을까! 그리 된다면 그럴 수가 있다면!

 

해를 삼켜라 해를 삼켜라 해를 담아라 해를 담아라 해와 하나되라 해와 하나되라

가슴을 열고 해와 더불어 저 너른 들판을 치달리자.

 

어찌해야 할까 하늘위의 해를 하루 종일 따라다닐까 저 쬐그만 것을 그냥 한입에

쏙 삼킬까 빛의 미묘한 변화를 온몸으로 느껴가면 될까 

 

그대는 누굴까 누구기에 온몸으로 그대를 따르게 하는 걸까 소리로도 냄새로도

맛으로도 만질 수도 없는 오롯이 빛의 자취로만 따라야 하는 걸까

 

 

  해 3

 

빛의 변화를 온몸으로

 

여명에  어둠이 사라지는 느낌들의 순간순간을 온몸으로 느꼈기에

즐거웠다

 

아침에  이슬을 투명하게 통과하는 명징명징함을 온몸으로 느꼈기에

즐거웠다

 

정오에  빛과 그림자 둘의 명료한 대비대비들을 온몸으로 느꼈기에

즐거웠다

 

석양에  밝음이 어둠으로 치환하는 마디마디를 온몸으로 느꼈기에

즐거웠다

 

 

해 4 

 

상기한다 오랫동안 잊었던 그대를

 

묘한 느낌이다.

오랫동안 그대를 잊었노라 그냥 주위 사물들의 하나로 여겼을 뿐

 

다시 생각난다.

그대가 H 또는 He 이라는 사실을 상기하였을 즈음 그대가 누군지를

 

분명 사실이다.

그대와 우린  He 또는 H의 밀도 차였음을 그보다도 밀도 차의 내왕임을

 

보다 명료하다.

나와 그댄 본래 먼 사이가 아님을 애초에 하나였음을 그래서 느끼고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