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중순 강원도 횡성 산중자락에서 바라본 달과의 대면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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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1

 

지리한 장마 끝저리 어느 여름밤 우연히 산중에서 홀로 서성이다

홀로 있음은 오감의 온 느낌으로 산의 밤을 그대로 맞이하는 일

닫혀있던 세포 한올한올 열려지며 그속으로 시나브로 녹아든다

 

달빛어스름 깊게파이는여름 어느밤풍광

 

 

계곡물소리 경쾌하게 치달리며 휘어돔에 기운은 한없이 가벼워지고

산바람 소슬 불어 두 겨드랑이 들썩들썩 마음은 끝없이 유쾌해지며

풀벌레소린 산새소리에 일순 고요해지는 찰나 정신은 허공을 가로지름

 

덩그런달은 툭터진앞산위로 또다른열림

 

 

그야말로 우연이다 이토록 하이디 하얀 달빛을 마주할 줄은

참으로 모처럼이다 그토록 강하디 강한 달빛에 휩싸일 줄은

정말로 압도적이다 저토록 힘차디 힘찬 카리스마를 볼 줄은

 

산중세계는 보름달이주인인 바로그순간

 

 

 

달2

 

 

어린 시절 깊은 밤 시골 돌담길 따라 걸어갈 즈음엔 마음이 포근해졌지

잔잔히 비추던 달님 따라 걸을 때면그대에게 더불어 따라오는 긴 그림자

어두운 밤 빛 안드는 길은 늘상 그댈 의지하며 그리워했지 넌 밤의 파수꾼

 

돌담의달은 깊어진밤의전령 비로소휴식

 

 

젊은 시절 늘 낭만의 내음을 네게서 맡았기에 젊음이 풍요로왔다

그댈 보며 그리운 이와 환상의 나래를 펼치는 꿈같은 무댈 만들고

애꿎은 널따라 밤길 밤새 하염없이 되밟길 거듭하던 넌 낭만의 축심

 

젊은날밤은 달빛따라피올라 더욱아련함

 

 

하지만 이제는 어느 거리 무수한 가로등 하나만도 주목받지 못한 너

어느새 너의 자취는 우리 가슴 어느 곳에서도 기억하지 않는 잊혀짐

저 우주공간에 떠있는 지구에 기생하는 그래! 넌 그냥 더부살이 인생

 

잊혀진달은 낭만의상실흔적 퇴화된감성

 

 

달3

 

흐르는 저 계곡물도 온몸으로 빛의 울림을 받으며 쉼없이 흘러가는 밤

온통 메워져 있는 나뭇잎들도 빛의 떨림을 서걱이며 토하고 있는 밤

간간이 고여있는 조용한 연못도 빛의 풀림을 온몸으로 일렁이는 밤

 

산의달밤은 그들이동화되어 열리는마당

 

 

허공은 억억 송이 꽃피우듯 물샐틈없이 피어나는 빛의 정화로 새로운 날

밤은 더이상 어둠이 아니라 환하디 환한 달낮으로 새로히 일구어진 날

만물은 어찌 햇빛만 자기를 드러낸다할까 달빛으로 부드러이 빚는 날

 

환한달낮은 낭만이흘러드는 밀착된밀도

 

 

저저토록 훠엉찬 밝음으로 다른 모든 만물을 드러내면서도 감싸안는 듯

만물이 억천년 이어오며 늘상 낮게 엎드림을 마냥 자연스러이하는 듯

중천에 은은히 떠있는 채 묘한 매력으로 만물을 몽땅 잡아당기는 듯 

 

진짜매력은 찰나의빨아드림 고요한정돈

 

 

달4

 

더더욱 은은히 뿌려지는 달빛의 빛꽃들은 하늘에 점점이 무한히 중첩됨에

마치 거울이 만상을 비추는듯 모든 것은 이제 달빛에 수렴되기 시작함에

만물이 온전히 달을 중심으로 공전함으로 비로소 달의 세계는 열려진다

 

밤의주인은 열려진공전세계 달님의향연

 

 

달빛은 사위를 엄청난 육박으로 뒤덥고 만물을 하나하나 꿈틀케한다

고고한 듯 표표히 떠있다 물끄러미 쳐다보며 네게 물어온다 넌 뭐니?

바로 그 순간 온몸이 숨막히고 생각은 그쳐지고 오가던 길이 사라진다

 

달밤맞이는 익숙해짐과작별 나와의대면

 

 

달이 어느덧 허공에서 쟁쟁히 기운떨침에 정신은 감당할 수 없는 듯하여

발걸음 옮겨 산방으로 들어가 두손으로 놀란 가슴 자박자박 쓸어내리니

물소리 문득 달빛따라 소리 더욱 높임에 비로소 희미해진 나와 대화한다

 

달과대면은 나와의대화시작 침잠되어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