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해안부대에서 군 생활을 했었습니다.
군대에서는 나름 독한 친구들이 한손에 K2 소총을 들고 다른 한손에는 영어책, 한자책 들고 열심히 하곤 합니다.
새벽 2,3시에 경계근무하면서 소설책 읽는 것도 대단한데...어학 공부하는 친구들은 더 대단하죠..
그래도 꽤 많은 친구들이 이런 노력들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어느날 통신병이었던 저는  야간 교대근무를 위해서 사령부 상황실 앞을 지나서 통신실로 가고 있었습니다.
그날도 지휘통제실 앞에는 경계근무를 서고 있던 초병이 있었고  그의 한손에는 K2, 다른 손에는 어떤 책을 들고 열심히 읽고 있었습니다.
저는 옆을 지나면서 무슨 책 보나...하고 슬쩍 봤죠...어이쿠 영어책이 아니었습니다.
한자책도 아니었고..소설책도 아니었습니다.  세상에나 수학책을 들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저는 그 친구가 새벽 3시에 머리에는 하이바 쓰고 한손에는 K2, 다른 손에는 수학책을 들고 공부하는 모습을 종종 보았습니다. 저는 속으로 "별 희한한 인간이 다 있네"...
이후 어느 새벽 3시에 저는 통신실에 앉아서 근무를 서고 있었는데 경계근무를 마친 그 친구가 통신실을 두드렸습니다. 알고보니 그 친구는 응용수학을 전공하고 있었고 저와는 같은 학교를 다니고 있었습니다. 수학이 너무 재미있어서 대학원에 가서 순수수학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당시 저는 철학책을 조금 읽고 있었는데 그 친구는 저의 철학적 질문에 모든 것을 수학으로 답했습니다. 날카로운 예봉을 자랑하던 저의 현학적 공격에 수학만으로 완벽하게 방어하는 것이었습니다. "와 이렇게 순수학문을 좋아하고 수학을 잘하는 사람이 있다니"  이후 수회의 새벽 토론이 더 있었고 각자 제대하여 바쁜 일상 속에 연락이 끊겼습니다.
저는 지난 일요일에 과학강국 선배님을 따라가서 박사님의 강의를 들었고...그곳에서 군생활의 새벽3시와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더운 6월의 휴일에 박사님의 강의를 열심히 듣는 여러 선생님들을 보니 새벽3시에 한손에 K2소총, 한손에 가우스 책을 들고 있던 그 순수한 학문사랑이 다시 떠오릅니다.

과학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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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에세이로 옮겨 주시게~ 역시.. 적송이시네..
바쁘고 시간이 충분치 않을 것이나.. 
감동과 행복은 비할 것이 없으리라 확신하네.
내 댓글까지 같이 카피해서 본문밑에 달아주시게. ^^

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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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군대에서도 그런 낭만의 공간이 있었을 줄이야!
참으로 대단한 청년들입니다.
 
하기야 박문호 박사님도 군시절에 영어 공부 마스터 하고, 양자역학 책을 매일 쓰다듬었다고 하니 ...
 
악독하고 쉴틈이 없기로 소문난 대한민국 군대에서 참으로 장하십니다.
대부분 군인들은 낮에 숨겨둔 깡쇠주에 새우깡으로 밤시간을 떼우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