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감. 나. 무.
박재윤
셀 수 없이 매일 지나친
집 앞 감나무.
그 존재 자체도 잊고 살아왔다
어느날 문득 눈에 띄어 바라보니
나뭇잎 한 장 조차도 달려있지 않은 채
주렁주렁 반짝이는, 오로지 감들만 살아있다
앙상하게 드러난 뼈대가 옹기종기 달린 감들
저 많은 감을 대체 누가 따먹을까?
까치밥이 되거나 그냥 아래로 물러 터져 버리게 될까
비가 오나 바람이부나 그 자리 그대로 멈춰서
까치들에겐 끼니를.
사람들에겐 가을을 내어준다
물러터진 감들과 낙엽을 보면 떠 오른다
벌써 감들이 떨어질 날이 왔구나
죽은 낙엽들을 치우면서도 말이다
어느날 문득 눈에 들어온
사람처럼
그렇게 이 아침
눈 시리게 멋져 보여
감. 나. 무.
"늦가을 아침 등교길
눈에띄어 올려다 본
감. 나. 무.
이리도 어린소녀 마음을
흔들어 놓다."
이 숯도 한 때는
흰 눈이 얹흰
나뭇가지였겠지 (타다토모)
'어느날 문뜩 눈에 띄어' 라는 말이 자꾸 되뇌어 집니다.
어느날 어느때 어느 순간에 눈에 들어 온 감 하나가
시간을 붙들어 메고 있네요.
어떤 사건 하나로 하루내내 속상해 하다가 친구녀석에게
얘기 했더니
'십분 살이'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잠깐 스친 감정 하나 붙들어 매고 하루를 그렇게 살고 있냐는
핀잔입니다.
어느날 문뜩 들어선 감나무가 그렇게 쉽게 눈에
들어 섰을까 합니다.
마음을 바라보는 나를 생각합니다.
마음을 보는 나는 있는데
마음을 보고 있는 나는
좀처럼
볼 수가 없으니
내 마음만 어디가나 보게 됩니다.
숯 안에 들어 있는 흰 눈 얹인 나무를
생각하는 것처럼
생에 마주치는 많은 것에 들어 있는
시간은
바라볼 줄 알아야 바라뵈는
별처럼
바라보아야 비로소 소스라치게
빛납니다.
재윤의 마음이 감나무처럼
익어가고 있네요.
멋져 보여 재윤
나는 감을먹는 까치일까
가을의 연민을 느끼는 사람일까
아님 감나무일까
무언가 누군가에게 주는것이
생명이 가지는 보편성인데
나는 그러하질 못하니
다음생에는 추운겨울
앙상한 감나무로 태어나리라.
글만봐도 어른인나도 우왕좌왕하는데
아이들이야 어쩌리.
종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