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동안 다섯 번 읽은 책은 몇 권이 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말테의 수기, 셰익스피어 전집 그리고 전공 서적 몇 권, 그러나 여섯 번째 읽은 책은 Universal Language가 처음이다. 앞으로도 매년 네 번씩 읽을 예정이다. 그럴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박문호 박사님은 묘한 매력을 지녔다. 첫째가 수업시간에 졸지 않게 집중하게 만드는 것이고, 둘째가 매우 어려워 손도 못 대던 학문 분야들에 도전하게 만들고, 셋째는 자신만의 인생관을 새로이 정립하게 도와주는 것이고, 네 번째는 깊고 심도 높은 지식들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는 것이다.

 

   이해하고 아는 것과 암기한 것은 응용 능력과 활용성에서 큰 차이가 난다. 얼마 전 국제학회에 초청 연자로 발표하게 되어 한동안 매달려 준비를 하는 도중, 이해하고 알고 있다고 생각한 지식들이 확실히 보지 않고도 그려낼 수 있는 능력과는 차이가 크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박 박사님이 그토록 암기를 강조하는 이유가 새삼 가슴 깊이 새겨졌다.

 

   자연의 언어, Universal Language를 다섯 번 읽고 나서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과 완전히 암기한 것과의 차이점을 확실히 인지하고, 여섯 번째 보면서 중요한 부분들을 노트에 전부 정리하면서 암기했는데 다시 보니 잊은 부분들이 매우 많다. 30년 전 스승님께서 뇌 공부는 외우가 어려우니 지속적인 반복 암기가 중요하다라고 하신 말씀이 새삼 떠오른다. 처음 보기 시작하면서 책을 비닐로 정성들여 씌었는데 많이 헤어져서 일곱 번째 시작하면서 다시 깨끗이 씌웠다. 마음가짐이 새로워 진다.

 

  Universal Language가 멋진 책이라는 이유는 중요한 지식들을 깔끔히 정리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나에게 더욱 감명 깊었던 점은 지식과 기억과 감성이 함께 어우러지게 해 주었다는 점이다.

 

   미술품 감상의 느낌이 달라지고, 음악을 느끼는 깊이가 변화한다. 얼마 전부터, 항상 들어오던 Bach의 느낌이 다른 것을 느끼고 깜짝 놀랐다. 이런 음악, 이 느낌이었구나. 피아노 레슨 선생님과 같이 얘기해보고 이런 감성으로 연주하면 어떨까하고, 공감을 얻고 ---. 작은 동호인 연주회에서 호평을 받고 뇌 과학 공부의 성과가 이런 것에도 영향을 미침을 알게 되었다.

 

   요사이 생활 패턴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평생 주로 밤에 공부하던 것을 새벽 형 인간으로 탈바꿈했다. 박 박사님께서 강의 도중 지나가는 첨언 중에 새벽에 일어나 공부하신다는 말씀을 듣고 따라 한 것인데 감각이 훨씬 뛰어남을 느낀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melatonin 이 오후 11시부터 분비되니까 건강에도 매우 도움이 되고, 생활의 균형이 잘 유지되어 건강이 많이 향상되었다. 중요한 것은 평생 유지해 오던 삶의 패턴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생각의 패턴이 바뀌고 생활의 패턴이 바뀌었다. 인생에 몇 번 오지 않는 분기점을 맞이한 것 같다.

 

  Universal Language는 명곡을 듣듯이 지속적으로 감상해야 할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