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몽골학습탐사를 회사에 있는 창의연수(한 달간 연수하는 제도)로 신청하려다가 사업책임자와의 마찰로 포기하고, 휴가를 7일 내서 가기로 했다. 덕분에 탐사까지 남은 2달 동안 엄청난 스트레스를 안고 더운줄도 모르고 일을 열.심.히. 해야했다. 하지만, 몽골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일이 더 재미 있었으니 밑질 것도 없었다.
주변 사람들은 왜 하필 몽골이냐며, 씻지도 못하고 버스만 타고 다니고, 화장실도 없다는데, 거기에서 뭐할꺼냐고 했다. 난 학.습.탐.사 니 열흘 동안 공부만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며, 다녀와서 배운걸 알려주겠다고 큰소리쳤다.
처음 3일간은 또하나의 나의 캐릭터! 총무 근성 때문에, 사람들과 어울리고, 학습 탐사 진행을 도와 주고 동영상 찍느라 제대로 학습에 집중도 못했다. 게다가 내 짐도 잘 못챙길 만큼 짬을 내지 못하고 바빴다. 그래서 애꿎은 조원들이 내 짐을 이리저리 나르고 챙겨야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3일이 지나니 안해보던 야영에 밤잠도 설치고, 몸도 피곤하여 입술이 마르기 시작했다. '읔 이건 내가 피로하면 보이는 첫 증세... 여기서 더 나가면 코피 터지고, 얼굴에 뽀루지 올라오는데...' 결국 내 마음에는 3일 째가 마무리 될 때 쯤에는 이제 충분하다. 그만 돌아가도 좋겠다 싶었다. 하지만, 4일 째, 나에게 새로운 전환기가 나타났다.
지의류가 노랗게 핀 산들을 병풍삼아 한참을 초원에 눈길을 두다가 학습탐사 책 읽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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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탐사 책 328페이지
이란 북부 비스탐 출신의 수피 아부 야지드 (Abu Yazid)의 일화
그의 언행은 이해할 수 없는 비유와 기행으로 가득한데 다음과 같은 말을 통해서 '신과의 합일'을 설명하고 있다. "부정(否定)은 아무 쓸모도 없는 것이다. 나는 사흘간 부정을 했고 나흘 만에 그것을 끝내버렸다. 첫날 나는 이 세상을 버렸고, 둘째 날 나는 저 세상을 버렸으며, 세째 날 나는 신을 제외한 모든 것을 버렸다. 그리고 마침내 넷째 날 내 안에는 신을 제외한 어떠한 것도 남지 않게 되었다.
나는 너무나 심한 열망 속에 쉽싸이게 되었는데 그 때 나를 향한 목소리를 들었다. '오, 아부 야지드여! 너는 나하고만 홀로 있는 것을 견딜 수 없을 것이다. ' 그래서 나는 말했다. '그것이야말로 제가 바라는 것입니다.' 그 랬더니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네가 나를 찾았구나! 네가 나를 찾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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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구를 읽고, 버스 창문 밖으로 시선을 옮겼을 때, 여느 풍경과 같은 몽골의 노년기 산이 새롭게 다가 왔다. 가슴이 뭉클하니, 눈물이 찔끔. 이건 뭐지?? 느릿하게 지나가는 풍경처럼, 느릿하게 내 마음을 헤집어 보았다. 말로는 형상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대신,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나의 열망과 몽골에 오기전에 격은 사람들과의 갈등, 나를 찾기 위한 일련의 노력들, 그리고 이런 모든 것과 떨어져 있는 몽골의 초원, 한꺼번에 떠올랐다. 내가 하고 싶은것을 즐겁게 하고 있을 때, 그러한 '고독' 속에서 '나'를 발견하는 구나. 그게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미쳤다.
몽골학습탐사 전에 중세 미술사 책을 볼 일이 있었는데, 중세 시대는 우리가 생각하는만큼의 암울한 시기가 아니었단다. 1000년을 기점으로 최후의 심판을 기대했다가 아무 일 없이 지나가자 중세 유럽 사람들은 심판을 유예 받았다고 생각하고, 죄를 씻기위해 순례길에 오르기 시작했다. 예루살렘이 너무 멀었기 때문에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인들은 야고보 성인의 성물이 있는 산티아고로 순례길을 개척하는데, 이 길을 따라 수도원과 성당이 만들어지고, 마을이 형성되어 지금까지도 산티아고 가는 길은 종교를 떠나 사람들이 꼭 가보고 싶어하는 곳이 되었다. 설명이 길었지만, 산티아고 순례길을 배경으로 만든 '나의 산티아고' 라는 영화에서 주인공이 신을 믿지 않지만, 문득 산티아고 순례길을 오른다. 여러가지 우여곡절 끝에 주인공은 '내 안의 신을 만나게' 되고 편안한 얼굴과 편안한 마음으로 순례를 마무리 한다.
영화를 보고도 왜 영화의 주인공이 이런 마음의 변화를 느꼈는지 몰라서 2번이나 더 영화를 봤지만, 어떤 특별한 모티브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여러가지 사연을 격으면서, 고독한 환경에 놓이고, 마음을 내려 놓고 있다가, 뭉클한 감정과 함께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기억난다.
내가 몽골에서 느낀 감정이 이와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에까지 미쳤다. 그리고, 그날 저녁 학습에서 박사님은 학습을 제대로 하려면 '고독'해야한다고 힘주어 말씀하셨다. 그 말씀을 들으면서, '맞아, 그거야' 했다.
그 후 이틀은 워프를 한 것 같았다. 힘들지도 않고, 광물 도표와 분출암 도표를 외우고 나니, 학습탐사가 3일 밖에 남지 않았다. 이건 또 뭐지, 분명 몸은 화산지역, 아릭부케가 머물렀던 성, 흉노 장군 무덤, 몽골 게르 식구들의 방문 등 많은 것을 격었지만, 에피소드 일 뿐 내 마음에는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다.
현실을 다시 느끼게 된 것은 천둥번개 소나기가 저녁에 덮쳤을 때다. 텐트에 물이 들어가면 안되니, 비옷을 입고 남자 대원들의 지도 하에 비설겆이를 하고, 흔들리는 텐트에서 하룻 밤을 자고 나니 야영과 학습탐사 대원, 그리고 사랑하는 내 아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후 3일은 마침 한 버스를 타게된 아들과 돌 주으러 다니고, 사진찍고 놀았다. 물론 학습을 계속 했지만, 역사는 역시 잘 외어지지가 않았다. -_-;;
이번 학습 탐사를 끝내면서 가장 좋은 것은 몽골의 산을 보면서 가슴 뭉클한 순간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느낌은 오랫도록 기억될 것이다.
아 강현주선생님~!
재민이 엄마, ㅎ
글을 읽으면서
첫 학습탐사 서호주가 생각납니다.
첫 몽골 학습탐사가 생각납니다.
몽골은 4번을 갔지요, 아마 5번째도 가게 될 것 같아요
저를 찾으려~
몽골에서 만난 강현주 선생님과 재민이가 있어 우린 유쾌했고 편안했지요
몽골에서 자신을 만나는 과정이 생생하게 읽혀집니다.
미안한 생각도 들면서
문득 오늘 지인이 들려준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이성복 시인의 "우리가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은 우리 자신이 아니라 타인이다. 나는 어떻게 하고 있지?
하고 물을 때 우리는 긴장하지만 당신은 어떻게 하고 있지? 하고 물을 때 긴장하지 않는다 .따라서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인 사랑은 삶을 더 부드럽게 돌아가게 하는 윤활유가 된다. 사랑은 우리가 자신에게 전념함으로써 갖게 되는 긴장을 해소하고, 자의식의 과잉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며 우리의 삶을 평화롤게 이끈다."
깨닫고 성숙해지는데는 나이가 전부는 아니네요
강현주 선생님이 먼저 실천하고 사랑하는 법을 통해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었어요
저도 사랑하는 훈련을 해봐야겠어요
자의식의 과잉으로부터 자유로와지는 나를 만나고 내가 속한 조직도 행복하게 하는~
몽골에서 만난 강현주 선생님 고맙습니다.
몽골에서 강현주 선생님이 만난 강현주(신) 화이팅~!
강선생님. 글 잘 읽었습니다.
몽골까지 그런 험난한 과정이 있었는지 몰랐네요. ㅠㅠ
아마도 뭔지 모를 열망이 강선생님을 몽골로 이끈 것 같습니다.
그렇게 힘들게 오셔서 동영상, 일정요약, 일지편집 등 엄청난
일을 해 내시다니 놀랍고 감사할 뿐입니다.
11일 내내 신경쓰이고, 돌아오셔서도 정리를 해야 했으니....
덕분에 11일 동안의 기억들이 손상되지 않고 선명하게
간직하게 될 것 같습니다.
저도 이번 탐사가 제가 가진 지식체계를 벗어난 내용이라 힘들었지만,
툭 건드리면 바로 무너지는 어슬픈 골격이라도 만들어 진 것은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플랫폼이 좀 더 안정되게 자리를 잡고, 파편적 지식이 서로
연결되기 시작한다면 이것은 순전히 강선생님을 포함한 고마운 분들의
덕분일 것입니다.
한 풀 꺽인 기온이라도 방심하지 마시고 건강 유의하세요.
감사합니다.
"지식은 평등하지 않다."
"인생은 무한하지 않다."
인생이 가진 시간은 야박하게 짧기만 하다.
그 누구라도 끝을 향한 카운트다운 속에 살고 있다.
하고 싶은 일,
만나고 싶은 사람,
가고 싶은 곳,
보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알고 싶은 많은 것,
우리가 살아 있음을 말해 준다.
가끔 학습모임에서 만났던 현주샘 열정이
남달라 보였길래 슬쩍 던져 보았는데
바로 답을 주셔서 얼마나 기뻤던지요.
역할분담을 나도 모르게그렇게나 많이
적었는지 책자를 받아보고 저도 놀랐습니다.
불평없이 어찌 그리 소화를 다 해내는지
그 능력 익히 알았나 봅니다.
저는 차만 타면 멀리때문 잠잤지만
잠깐잠깐 같은차를 탔을때 보면
한순간 책을 놓지않고 학습하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였지요.
많이 힘들었을텐데 씩씩하고
의젓한 재민군 한테 또한 많이 놀랐습니다.
저도 지금도 몽골의 산을 보면서 가슴 뭉클함을 느낌니다.
함께 했던 몽골학습탐사 정말 행복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현주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