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읽으면 좋은 글- 박자세 해외학습탐사 후기, 우릉거리는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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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베트남 재활 센터에 전문가 파견 연수를 가기위해 베트남에 다녀왔다. 베트남의 재활실무자 역량강화를

위한 국제 교류 사업의 일환이었다. 지구촌 나눔운동의 참여한 연수이다.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에 도착해 수화물을 찾고 있을 때 골프 관광을 온 것으로 보이는 한국 사람이

옆 사람에게


'베트남 어때?' 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 사람은

 

' 못 사는 나라잖아. 몇 푼 주어주면 다 좋아해. 문화적으로 조금 떨어졌어도 놀 만한 동네야.'라고

말했다.

 

느닷없이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내가 아는 베트남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외세에 끊임없이 저항하고

독립을 쟁취해 온 역사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호치민의 전쟁 박물관을 다녀오고 나서 베트남 사람은

미국이나 한국등의 참전국을 싫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한국인이 그들에게 과거의 베트남에

파견되어 전쟁에 참여한 것을 사과했다고 한다. 그러나 베트남 사람은 왜 승전국이 패전국의 사과를 받아야

하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2,000년 11월에 베트남에 방문한 클린턴은 놀라운 장면을 보았다. 베트남을 전쟁과 가난으로 몰아 넣은

적국 미국의 대통령이 전쟁후 25년만에 방문하였다. 테러의 우려로 클린턴의 방문을 일절 보도하지

않았다.그러나 밤 12시가 넘도록 성조기를 든 시민이 도로를 가득 메웠다. 시민의 환영은 클린턴 일행의

3박 4일 일정 동안 계속됐다.

 

이에 대해 판 투이 탱 대변인은

'과거 우리가 미국과 목숨을 걸고 싸운 것은 그들이 우리 영토를 침범했기 때문에 우리의 독립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미국 대통령은 우리를 도와 주기 위해 방문한 것인데 당연한게 아니냐'고

답한다.

 

베트남의 역사를 돌아보면 한나라의 압제에 맞선 서기40-43의  쯩짝, 쯩니 자매의 민중 봉기, 50만의 원나라

군을 패퇴시킨 쩐 흥 다오, 침략한 명나라 군을 섬멸하고 포로로 잡히지 않기 위해 강물에 뛰어 든 쩐 흥 한

장군 등이 있다. 현대에 들어서 프랑스에 독립운동과 함께 지금의 베트남을 이끈 호치민까지 베트남에는

위대한 영웅이 있다.

 

역사상 세계 초강대국을 잇따라 이긴 나라는 베트남이 유일하지 않을까 한다.

 

내가 공항 수화물 수취를 하며 느낀 화는 알지 못함에서 나온 평가와 판단이 글로벌 시대에 사는 우리의

식견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문화 속에 포함되고 스며들어 사는 우리는 스스로의 문화를 논하기가 매우 어렵다. 한국에서만 사는

사람은 한국의 문화가 전부인 줄 안다.

 

에드워드 홀은 그의 글에서 '우리는 모두 문화가 만든 시간에 불시착한 존재이다.'라고 했다.

 

그래서 문화를 알기 위해서는 다른 문화를 경험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다른 문화에 대해

역사, 지리, 지형, 등을 알지 못한다면 우리는 외국의 문화를 느낀게 아니라 그저 스쳐 지나간 것에

불과하다.

 

작년에 3번, 올해 다시 찾은 베트남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 주었다. 베트남에 처음 온 6명의 연수 참가자는

연신 오토바이와 신호가 없는 듯 보이는 교통 풍경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 시작했다. 가장 충격적인 장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오토바이 너머에 모습이 보였다. 식당가가 어디이며, 쇼핑 중심지와 은행가가

어디에 밀집되어 있는지를 보기 시작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음식만해도 그렇다. 풍부한 음식재료 덕분에 베트남은

수 많은 음식이 존재한다. 그러하기 때문에 다양한 맛과 냄새를 풍기는 음식이 산재한다.

 

이번에는 어떤 음식도 거리낌이 없었다. 모든 야채, 소스, 탕, 볶음, 구이, 조림 등의 요리를 맘껏 즐길 수

있었다.

 

익숙하지 않으면 내 안에 있는 기억에 기댈 수 밖에 없다. 이런 모습으로 인해 세상은 좁아질 수 밖에 없다.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온 베트남은 동남아의 가난한 나라, 몇 푼의 팁에 만족하는 사람, 싼 음식과 오토바이

소리만 가득한 나라가 된다.

 

첫 번째 보았던 베트남은 수 많은 오토바이와 그 우릉거림에 공간이 좁아지고 축소되는 감각을 느꼈다.

그러나 네 번째 방문한 베트남은 그런 식견은 내 익숙하지 않은 감각에 의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정보와 지식을 바탕으로 보는 세상에는 좋음과 싫음이 있을 수 없다. 자신의 좁은 식견에 기댄 풍경은

자꾸만 작아 진다. 세상은 그렇게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