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으로의 여행이 드물었던 내게는 과거 초등 학교시절 지리 시간에 멋모르고 익혔던 지명들과의 해후로, 시작부터 시간 감각이 야릇해졌다.

 

잘 닦여진 하얀 도로를 따라 미지의 장소를 향해 떠나는 여행은 항상 짜릿하고 환상적이다.

눈이 시린 푸른 하늘, 굽이치는 능선들, 높은 산봉우리에서 불붙어 내려오는 단풍, 맑고 신선한 공기, 반가운 도반들...

 

이 모든 것들의 표면 한 꺼풀을 벗겨 들여 다 봅시다.

절개지를 보며, 석회암 덩어리의 산을 본다.

먼 옛날, 고생대 전기(52천만년전 캄브리아,오르도비스기)엔 바다였던 곳이다.

화강암은 1억 8천만년전 중생대 쥐라기 초, 격렬한 습곡운동으로 생성된 대보 화강암과 백악기에 생성된 불국사 화강암이 원조란다.

쥐라기 말, 15천 만년 전 북 중국 판과 남 중국 판, 그리고 영남 육괴의 충돌과 결합으로 한반도는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단다.

1만 8천 년 전 빙하기 절정기엔 해수면이 100미터 낮아져 놀랍게도 동아시아, 특히 서해가 사막이었단다.

한반도의 해안선 모양은 7천 년 전에 완성 되었다 하니 최근일 이구만.

 

Fair fall의 하얀 물줄기를 지나 석회암 동굴인 환선 굴의 장관을 구경하고(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있다니, 대단 하더군요!)

생선구이 점심을 맛있게 먹고, 편안하고 정갈한 소나무 숲길을 따라가는 불영 계곡 길가에서 좌판을 놓고 파는 시골 아낙, 생 밤 한줌을 사서 깨물어 먹자, 맛과 향과 소리가 가을을 전한다.

 

아름답고 즐거웠던 하루가 낙조와 함께 떠나는 해변에서 , 무엇에도 개의치 않는 음치들의 합창으로 아쉬움을 달래본다.

 

어스름이 포구에 깔리는 시각, 근처 바닷가 횟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황 여사께서 신경 써서 준비시킨 싱싱한 회와 그리고 악동들의 조크가 곁들인 ..그건 ,한 모금의 secret water.. xx는 몰라도 되죠.

백암 온천물에  피로를 녹이고 마무리 학습으로 하루를 마친다.

마지막 날 아침 6시 깨어나는 가을 아침을 달린다, 산책한다.

 

후포 항 !

등대가 있는 언덕에서 바라보는 포구 ,아스라한 수평선, 작은 배들,

황금 빛 운무가 수평선 에서 비늘처럼 반짝이는 후포.

 

먼 옛날 멸치 잡던 소년의 몸과 꿈을 키우던 푸르고 드넓은 바다

뜨겁게 솟아오르는 동해의 열정을 지니고 사슴 닮은 눈망울의 소녀와 함께

알을 깨고 창공을 날아갔었단다. 우리 시대의 전설이 된

순수와  열정과 사랑을 품고서 ....

구주 령 고개 길은 서민들의 애환으로 한주 령이 되었구나.

그 곳에 돌아온 빛나는 아들은 푸른 눈물을 흘린다.

별세한 부친에 대한 회한과 그리움으로, 끝없이 주고자 했던 애달픈 사랑에 대해...지나간 순수시대에 대해..

 

아름다운 곳으로의 초대와 극진한 대접에 대해 두 양주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