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세 달라이라마 찻집(마케아메).jpg : (2015년 7월 5일) 어제수업과 관련하여-달라이라마

 <달라이라마가 자주 찾던 찻집 메케아메-포탈라궁 앞 광장에 위치>

 

제가 티벳을 다녀온지가 어언 15년 전,

당시 저는 불교신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은둔의 땅 ‘티벳’이라는 나라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과 독특한 문화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지금 기억으로는 티벳여행(한달정도 여정)은 당시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비용이 많이 들었다고 생각됩니다.

먼저 티벳에 들어가기 위해 중국당국에 내는 여행허가비와 라사(티벳의 수도)외 다른 지방을 여행하려면 공안당국에 여행일정을 제출하고 당국이 정해주는 차량과 운전수를 고용해야 하며 그에 따른 상당한 금액의 퍼밋 비용을 지불해야만 했습니다,

라사 외의 지역을 벗어날 때 마다 해야 하는 여행신고 의무는 자유로운 여행자의 발목을 잡기도 합니다. 우리 팀은 여행허가도 받지 않고 현지인 공공버스를 타고 다른 지방으로 몰래 갔다가 숙소 예약할 때 리셥션 종업원이 공안에게 연락하는 바람에 뒤도 안돌아보고 짐을 챙겨 택시를 타고 다시 라사로 돌아온 기억도 있습니다. 그야말로 줄행랑을 쳤지요^^

 

또한 다른 중국지역에 비해 숙소비, 식사비, 교통비가 상당히 비쌌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왜냐하면 티벳 주요 도시는 해발고도 3500~5000m사이에 위치해 있어 곡물가루나 야크버트, 말린 저장음식이 많고 신선한 농작물 수확이 어려워 대부분 중국본토에서 항공으로 수입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 라사 주변 농지에서 중국농업전문가들이 야채와 과일 재배 연구와 농사를 짓는 모습이 눈에 많이 띄었는데 아마 지금은 여러 가지 상황들이 많이 좋아져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어제 수업에서 달라이라마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와 당시의 행복한 기억과 장면들이 많이 떠올랐습니다.

특히 달라이라마 6세에 대한 여러 가지 사연들은 호기심과 상상력이 가득한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그지 없었기에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답니다.

 

어제 박사님께서 몽골과 티벳불교와의 관계를 정리해주셔서, 당시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다시 연결되어 박사님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달라이라마 부분은 제가 아는 만큼 다시 정리해보겠습니다. 혹시 수정해야 할 내용이나 부연 설명을 해주실 분이 계시다면 대환영입니다.

 

티벳불교는 흔히 라마교(Lamaism) 라고 하죠.

라마라는 뜻은 ‘큰스승’으로 라마교는 맞지만 라마승이라는 말은 잘못 사용된 말이라 볼 수 있습니다.

티벳에 불교가 공식적으로 전해진 시기는 7세기 무렵, 당시 강력한 권력을 갖추었던 뛰어난 왕 송첸캄포(?-649)가 당(唐)나라의 문성공주와 네팔 출신의 칩주엔프(Chif-Zuenf)와 결혼함으로써 티벳에 새로운 정신문화가 들어오게 됩니다. 당시 티벳은 주술(呪術)을 중시하는 티벳고유의 뵌(Boen)교와 중국과 인도에서 새롭게 수용된 불교가 혼합되어 새로운 형태의 티벳불교가 자리잡게 되었는데 송첸캄포 왕은 티벳불교의 중심인 라사를 창설했고 수많은 불경번역과 티벳의 공식문자를 창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8세기 중엽 인도의 샨티락시타 (Santi-raksita)와 파드마 삼바바가 밀교(密敎)를 전해, 이후 티벳불교의 근본은 밀교(密敎)형태로 전해지게 되었는데

다른 지역과 달리 티벳에서 유독 밀교가 성행한 이유는 티벳토착 주술적 형태의 뵌교와 티벳 환경조건이 산소가 워낙 희박한 곳이라 환영 등의 신비적인 경험을 쉽게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제가 티벳을 여행할 당시 현지인들과 자료를 통해 알게 된 믿거나 말거나 한 정보 중 하나가 티벳이라는 자연환경 자체가 남자의 정력(?)를 매우 약화시킨다고 합니다. 아마도 산소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일처다부제로 큰남편이 야크를 끌고 초원지대에 나가있다가 다시 작은 남편이 바톤터치하면서 자녀를 낳고 기르는 가족형태가 많다고 했습니다. 물론 도시가 아닌 유목생활을 하는 지역 문화이겠지요.

 

산소부족 현상은 라사에 도착하면서 바로 느낄 수 있습니다. 하품이 끊임없이 나오고, 손발이 저립니다. 심하면 코피가 나기도 하구요. 빨리 걷거나 움직이면 숨이 가빠지고 상점에서 물건을 사고 바로 계산이 안됩니다. 특히 세자리 이상 숫자 계산이 어렵더라구요.

혹시 티벳에 가시게 되면 도착해서 바로 머리를 감거나 샤워를 하면 안됩니다. 조금이라도 산소를 요구하는 활동이나 움직임은 바로 온 몸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고산증은 누구에게나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젊다고 안심할 수 없습니다. 고산증으로 한국에 돌아와 뇌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제 몽골의 티벳불교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어제 수업내용처럼 징기스칸의 손자인 쿠빌라이칸에 의해 티벳트가 점령되고 불교의 최고 지도자였던 샤카파의 고승 파스파와 스승제자로 인연되었고 이 시기에는 일부 지배층에만 불교가 전파되었고 대중 속에 깊이 뿌리내리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파스파(八思巴, 1239-1280)는 티베트 라마교 승려로서 몽골의 국사가 되어 티베트문자를 기초로 하여 몽골의 새 문자(파스파문자)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1368년 원나라가 멸망하자 극성하던 몽골의 라마교는 쇠퇴의 길을 보였고 북원(北元)의 알탄칸이 청해(淸海)를 원정하면서 1574년 청해에서 사원건립을 시작하고 1578년에 소남 가쵸를 스승과 제자로 만나 ‘달라이라마'라는 칭호를 올립니다. 이후 달라이라마는 종교와 정치를 실제적인 권한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라마(Lama)는 덕이 높은 스승을 의미하며 라마앞에 붙는 접두어는 큰 라마에 대한 존칭인데, 최고 지위인 '달라이 라마'의 달라이(Dalai)는 몽고어로 바다를 의미합니다.

티벳 사람들이 달라이 라마를 관세음보살의 화신(化身)으로 믿는 이유는 달라이라마가 겔룩파의 창시자인 총카파에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불교에서는 수행으로 이르는 가장 높은 단계의 인격체를 의미하는 ‘보살’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처음 몽골에 불교를 확산시킨 파스파는 샤카파출신으로 샤카파는 리더를 문수보살(지혜)로, 겔룩파는 관세음보살(자비)로 본다고 합니다.

 

소남 가쵸는 14세기 말 까지 권력과 결탁해 극도로 퇴폐해져 타락한 밀교행위와 주술만을 행하던 티벳불교 분위기에서 엄격한 계율을 도입하고 대승교학을 기초로 하는 일대 불교개혁운동을 펼친 총카파(Tsong-ka-pa, 宗喀巴)가 만든 겔룩파 출신으로 1,2대 달라이라마는 그의 스승들이며 자신부터 3대라 칭하여 지금은 14대째에 해당합니다.

 

라마는 환생에 의한 계승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어느 마을이나 환생 라마가 있다는 것은 중요하게 여겨져 왔고, 그런 이유로 환생라마들을 통칭하여 ‘린포체’라고 합니다. 티벳에서 유독 무슨무슨 린포체가 많은 이유는 바로 이런 환생라마가 많고 특별히 ‘뚤꾸’ 환생의 경우는 린포체들 중에 죽기 전에 자신이 태어날 장소, 시간, 부모의 이름 등을 써서 편지로 남기거나 제자들에게 일러주고 열반에 드는 경우가 많은 데, 그냥 다시 태어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기에 ‘뚤꾸’라 하여 존경을 받습니다.

 

달라이라마 계승은 불교의 윤회사상에서 비롯되어, 선대 달라이라마가 사망하면 윤회에 의거하여 달라이 라마의 영혼이 다른 아이의 몸으로 환생한다고 믿기에, 달라이 라마가 죽으면 사망 당시 여러 징후를 살펴 적법한 심사를 거쳐 환생자를 찾게 됩니다.

달라이라마는 보살의 화신으로 티벳과 다른 모든 중생들, 살아있는 모든 존재들을 열반으로 이끌기 위해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난다고 하는데, 이렇게 찾아지게 될 경우 대부분 아주 어린 나이이기 때문에 이를 교육시키는 사람을 ‘판첸라마’라고 합니다. ‘판첸’이라는 말은 ‘학문이 높은 대학자’라는 뜻으로 어린 달라이라마 교육을 담당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대부분의 경우에 판첸라마가 달라이라마를 교육시키고, 그 판첸라마가 사망하고 나면 달라이라마가 그 판첸라마의 환생자를 찾아 어린 판첸라마를 교육시키고, 다시 달라이라마가 죽고 나면 판첸라마가 달라이라마의 환생자를 찾는 이런 순환 고리를 갖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판첸라마는 달라이라마를 대신하는 2인자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지금 14대 달라이라마가 찾은 잘생긴 판첸라마 아시죠? 이 분 또한 중국에서 목숨걸고 탈출해서 인도 다람살라에서 달라이라마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 분은 정말 잘생겼습니다.

직접 인도 부다가야에서 뵈었는데, 그 위의와 카리스마가 그 나이에서 도저히 이룰 수 없는 경지로 보였습니다.

 

그럼 역대 달라이라마를 살펴보면

1. 1세(1391~1474) 겔룩파 창시자 총카파 제자로 시가체 타쉴훈포 사원 설립

2. 2세(1475~1542) 간덴, 드레풍, 타쉴훈포 주지

3. 3세(1543~1588) 소남 갸쵸 알탄 칸에 의해 달라이 라마 칭호받고 몽골에 티벳불교 전파

4. 4세(1588~1616) 알탄칸의 증손자, 유일한 몽골 출신 달라이 라마

5. 5세(1617~1682) 아왕롭상갸초

티벳여행 당시 티벳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라고 말함, 5세가 거쳐간 곳은 모두 성지가 됨, 정치적 성향이 강하고 포탈라궁 건축 시작, 포탈라궁에 안치 특히 겔와 응악빠 첸뽀(거룩한 대5세)라고 존칭

6. 6세(1683~1706) 챵잉갸초

시인, 그의 시는 티벳인들의 민요 가사, 출축(?) 납치(?) 암살(?) 불분명함

7. 7세(1708~1757) 겔상 갸쵸

청의 도움으로 취임, 티벳경전 정리, 탄트라에 정통, 위대한 달라이 라마로 존경

8. 8세(1762~1804) 잠팔 갸쵸

9. 9세(1810~1815) 롱톡 갸쵸

10. 10세(1822~1837)출드림 갸쵸

11. 11세(1844~1856) 켄둡 갸쵸

12. 12세(1873~1875) 트린리 갸쵸

13. 13세(1876~1933) 툽텐 갸쵸

티벳 근대화를 위한 노력에 혼신, 1912년 티베트의 자치독립을 획득, 사후 포탈라궁에 안치

14. 14세(1935~ 현재)텐진 갸쵸

중국 침공후 1959년 3월 라사 대규모 폭동 때 인도로 망명하여 인도북부 다람살라에 티벳망명정부를 이끌고 있음, 티벳의 독립을 비폭력과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끌기 위해 노력하여 노벨평화상을 수상

 

제가 티베트 서장박물관에 방문했을 때, 달라이라마 환생자를 찾던 도구(제가 보기엔 항아리 몇 개, 젓가락 등)와 환생자를 찾던 당시 텐진 갸쵸(14대, 당시 4살)가 집 안에 장막 뒤에서 눈을 깜박이던 모습을 담은 사진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약간 겁먹은 똘망한 어린아이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이제부터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달라이라마 6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14분의 달라이 라마 가운데, 가장 슬픈 운명으로, 가장 인간적으로 살다 가신 분의 이야기로 가끔씩 이런 이야기가 공부와 기억에 더 도움이 될 때가 있지요^^

 

지금껏 말씀드린 것처럼 대부분의 달라이라마 환생자를 발견하는 시기가 어린 3~4살이었습니다. 그렇게 환생자로 세상에 알려지면 포탈라궁으로 데려와 달라이라마 즉 정치와 종교지도자로 특별 교육받게 됩니다.

지금 14대 달라이라마께서 그 어린 시절 너무나 외롭고 엄마가 보고 싶어 많이 울었다는 이야기를 하십니다. 그에 관한 영화를 보면 어린 시절 장난꾸러기처럼 여러 가지 신문명에 관심을 갖던 텐진 갸쵸의 모습을 기억하시죠?

 

그러한 과정을 통해 평범한 인간이 아닌 세상과는 단절된 지도자로서의 특별한 교육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6세는 그러하지 않았습니다. 5세께서 포탈라궁을 건립하면서 궁전이 완공될 때까지 그의 죽음을 거의 10년 이상 비밀로 쉬쉬했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6세 달라이라마 환생자 지정은 자연 다른 분보다 10년 정도 늦게 13~14세 쯤에 환생자로 지정되었습니다.

이미 그 나이에는 사춘기를 맞아 이성을 알고 세상의 즐거움을 아는 나이가 되었죠.

그러니 달라이라마 환생자로 포탈라궁에 와서도 세상의 즐거움, 함께 사랑을 나누던 마을의 아가씨를 잊지 못하게 되었죠.

달라이라마6세는 밤이 되면 자주 마을로 내려와 아가씨도 만나고 술도 마시곤 했다곤 합니다. 어느 눈 내리는 밤에는 눈에 찍힌 발자국으로 모든 행적이 발각이 나, 상대 아가씨는 처형되고 6세는 감금되어 승단에서 쫓겨나기도 했다고 합니다.

 

후세에 전해지는 달라이라마6세의 여러 러브스토리는 위대한, 범접할 수 없는 달라이 라마 존재를 아주 가깝게, 인간적인 면에서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

 

사진은 6대께서 저녁이면 자주 찾던 찻집(지금으로 말하면 Bar)의 모습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사진을 올리려고 하니, 어렵네요)

 

일설에 의하면 6대가 몽골로 잡혀가던 중 그를 사랑하던 시민들에 의해서 그는 잠시 풀려나나, 몽골의 노함으로 시민들이 해를 입을 것을 걱정하여 자진하여 잡혀들어가 결국 현재 청해성의 어느 곳에서 명을 다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는 몽골에게 잡혀 들어갈 때 환생을 암시하는 시를 남기며, 그 시에 명기된 현재 사천의 리탕 지방에서 7대 달라이 라마로 환생하게 된다는 믿거나 말거나 하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그의 시를 소개합니다.(달라이라마 6세)

 

1. 당신이 나를 만나든 안 만나든

나는 그곳에 있을 거예요

슬프지도 않고 기쁘지도 않아요

당신이 날 그리워하든 그리워하지 않든

‘情’은 그 곳에 있을 거예요.

오지 않든 가지 않든

당신이 날 사랑하든 사랑하지 않든

‘愛’은 그 곳에 있을 거예요.

당신이 날 따르든 따르지 않든

‘내 손’은 당신의 손에 있을 거예요.

아쉬워말고 꺼리지 말고

내 품으로 오세요.

아니면 날 당신의 마음 속에 머물게 해 줘요.

묵묵히 서로 사랑해요.

오롯이 좋아해요

 

2. 인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천리 밖에 있다.

서로를 만나지 않으면 가장 좋겠지만 어찌 서로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리

서로를 모르는게 가장 좋겠지만 어찌 그리워하지 않을 수 있으리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천리 밖에 있다.

어쩌면 이 먼사랑을 시작하지 않았어야 했으리

예전에 서로를 그리워하는 것은 매우 고통스럽다고 여겼다.

서로 만나지 못하면 더 그리워지고 마음은 더욱 아프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리움 또한 일종의 행복이라 여긴다.

천리 밖에 있어도 당신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당신을 걱정하는 이가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행복한 것이다.

인연이 있으면 천 리 밖에 있어도 만날 수 있지만,

인연이 없으면 지척에 있더라도 못 만난다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