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의 고민이 깊다. 곤충을 유혹하기 좋은 향과 색을 가진 식물들이 주변에 천지다. 어서 꽃가루를 퍼뜨려야 하는데,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곤충의 이목을 붙잡기에 잡초의 꽃은 너무 초라하다. 시시각각 환경은 변하지만, 잡초의 의무는 달라지지 않는다. 

  그 절실함이 꽃잎으로 여문다. 어떤 잡초는 작은 꽃잎을 한데 모아 커 보이게 했다. 작은 꽃잎을 더 작게 나눠 넓게 펼치는 방식으로 크기의 한계를 극복한 경우도 있다. 꽃잎의 끝을 실처럼 가늘게 만들어 부풀리기도 한다. 잡초의 속내를 모르는 곤충은 가볍게 내려앉았다가 다시 날아가고, 나는 ‘이름 없는 잡초가 참 아름답다’며 감탄하고 지나간다. 



  들리는 이야기마다 한숨이 섞여 있다. 휴일 아침, 대형서점의 수험서 코너를 찾은 학생들은 성적을 올리는 법에 대해 쉼 없이 대화를 주고받는다. 버스 뒷좌석에 앉은 여자들은 임용고시 합격이 자신의 인생에 미칠 영향에 관해 이야기한다. 중간에 ‘충분하지 않아’라는 말이 튀어나오듯이 들린다. 부동산에서 만난 아주머니는 딸의 학력과 직업, 예비사위의 직업 그리고 자신의 재산 상태에 대해 순식간에 쏟아냈다. 

  오늘 자 신문에 투쟁적 경쟁 심화로 전 세대에 ‘번아웃증후군’이 만연해졌다는 기사가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