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짐승의 남은 뼈조각에서 골수를 빼먹고, 땅 파서 뿌리 빨아 먹던 시절에 나는 나였다. 

무리지어 사냥을 하며 맘모스를 쫒을 때 나는 늘어났다. 농사를 지으며 함께 벼를 벨 때

나는 또 커지고 많아졌다. 


가족이 생기고 부족 형태에서 국가가 되면서 내어 놓아야 할 세금이 생기며 걱정어린 내가

태어났다. 돈이 만들엉지고 돈에 시간과 공간을 살 수 있게 되어 나는 돈의 양만큼

기하급수로 늘어났다. 


종교가 태어나고, 법이 만들어지고, 수 많은 규칙과 도덕과 윤리, 너와 나를 구별하고

차별하고 격을 나누니 나는 내가 생각한 범위를 훌쩍 넘으며 세상을 채웠다. 


수 없이 늘어난 나가 서로를 앞 세워 살고 있다. 그래서 바람에 흔들리고, 돈에, 도덕에,

양심에, 사람에, 향기에, 소리에, 빛에, 그리도 흔들린다. 


내가 내 속에 너무도 많다. 흔들리는게 내 오래된 역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