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울의 대리운전기사이다.

 

지구라는 행성에 던져져 올해 60갑자를 돌아왔다.

최근에 회사택시 운전 3년 하다가 대리기사 일을 시작한 지 3년 됐다.

택시기사 일을 대리기사 일로 바꾼 것은 늦바람 난 공부 때문이다.

 

주로 밤에 일하고 낮에 잠을 잔다. 그리고 토막 난 하루 나머지 시간에 책을 본다.

동물인 사람도 밤에는 잠을 자야하는데 낮밤을 거스르니 생리가 불순하다.

그래서 불순해진 생리가 임계치에 달하면 가끔 몸이 스트라이크를 일으킨다.

그 때는 내가 내 몸 주인이 아니다. 박자세 입문 3주차가 그랬다.

 

2주차에 그 어려운 척수그림을 암기해서 발표하겠다고 해 놓고 이를 감당하느라,

(그 때는 정말 햇병아리라 개념이 없었다. 그래서 창의적훈련님의 싸이렌처럼 아름다운 전화 목소리에 끌려 

발표 권유에 말 잘 듣는 유치원아이처럼 ~!’ 했다)

가뜩이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몸뚱아리에 안 쓰던 머리까지 굴려가며 무리를 했다.

후유증으로 한 주가 깊어갈수록 몸은 점점 침몰해갔다.


3주차 일요일 아침

마음은 서래마을로 향하는데 몸은 구들장위에서 꼼짝을 않는다.

 

그 날 내 스마트폰에서 벌어진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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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일으키려고 구들장 위에서 씨름하는 내내

머리는 아득하고 몸은 천근만근인데도

가슴은 한동안 먹먹한 울림으로 가득했다.

 

뒤늦게 시작한 공부로 나의 일상에 혁명이 일어났다.

공부에는 절대적으로 혼자만의 통시간이 필요하다.

시간도둑부터 잡아야 했다. 음주 동네 큰 도둑님들부터 잡았다.

앞으로는 혼술 도둑님도 달래 볼 것이다. .

40년 동안 희로애락을 연기로 날려주던 애증의 담배와도 어쩔 수 없이 이별.

그 밖에 몸뚱아리에 붙어있는 번잡한 욕망의 잡티를 솎아내고 나면

공부로 오롯이 한 몸이 된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공부 중독

아니다. 공부는 일상이다.

숨 쉬고, 배고프면 밥 먹고, 목마르면 물 마시고, 졸리면 자는 것과 같은.

그래서 고미숙은 공부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다음과 같이 풀어 썼다.

 

『한 번 생각해보라. 우리네 삶에서 매일 하고, 평생을 해도 변함없이 삶을 풍요롭게 해줄 수 있는 것이 공부 말고 무엇이 있는지를. 연애가 좋다지만 무상하기 이를 데 없다. 섹스가 아무리 짜릿하다 해도 그 쾌락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하지만, 공부는 그렇지 않다. 날마다 해도, 평생 해도 행복하고, 또 행복하다. 그러므로 학교 안에 있건 없건 누구나 평생 공부해야 한다. 아무런 실용적 목적이 없이도 공부할 수 있을 때, 그때 비로소 최고의 지식이자 사회를 변혁하는 무기이면서 동시에 운명을 통찰하는 지혜의 수행이 된다. 고로 공부에 외부는 없다. 공부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203)

 

『부귀공명을 위해서 공부해서는 안된다. 아니, 그건 공부가 아니다. 그건 우리 호모 쿵푸스에겐 수치스러운 짓이다. 그럼 공부는 뭣 때문에 하냐고? 남들에게 퍼주기 위해서다! 얼마나 많이 퍼줄 수 있느냐가 나의 내공을 결정한다. 최고의 경지에 오르면 공부의 달인들처럼 퍼준다는 생각조차도 없이 퍼주게 된다. “다만 힘차고 유유히 장강과 대해를 헤엄쳤을 뿐이데, 그 기운으로 다 죽어가는 뱀장어들을 살려낸 미꾸라지처럼 말이다. 고로 공부해서 남 주자!(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마지막214)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일요일.  내 인생 후반의 서사가

서래마을에서 행복한 두 끼의 식사와 함께 펼쳐지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