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아침에 지인의 소개로 읽게 된 시입니다.
뭔가 소중한 것을 일깨워주는 것 같아 소개합니다.
그 사람을 가졌는가 - 함석헌
만리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를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의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을 살려두거라’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
‘아니’라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이덕무의 우정에 대한 글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연암 박지원의 친구이기도 하지요.
친구 얼굴을 새긴 비단천을 앞에 두고 서산에 해가 넘어갈 때까지 한 참을 말없이 보고
돌아와서는 또 그 사람 생각에 다시 들여다 본다는 얘기가 맘에 들었습니다.
만약 한 사람의 지기를 얻게 된다면 나는 마땅히 10년 간 뽕나무를 심고,
1년 간 누에를 쳐서 손수 오색실로 물을 들이리라.
열흘에 한 빛깔씩 물들인다면,
50일 만에 다섯 가지 빛깔을 이루게 될 것이다.
이를 따뜻한 봄볕에 쬐어 말린 뒤, 여린 아내를 시켜 백 번 단련한 금침을 가지고서
내 친구의 얼굴을 수놓게 하여, 귀한 비단으로 장식하고 고옥(古玉)으로 축을 만들어
아마득히 높은 산과 양양히 흘러가는 강물, 그 사이에다 이를 펼쳐놓고
서로 마주보며 말없이 있다가 날이 뉘엿해지면 품에 안고서 돌아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