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아파트 단지의 화단에 작은꽃밭을 가꾸면서 봄부터 기울인 정성으로
피어난 꽃들을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들이 지나간다.
햇살이 들면 거름치고 비오면 물길내고 바람불면 같이 바람되어 함께
흔들리는 꽃잎 떨림에 따라 내 가슴도 함께 떨린다.
긴 관찰 끝에 꽃 하나를 발견 한다.
여름 꽃 없는 계절에 능소화는 핀다. 그자태가 너무나 곱고 화려해서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는다. 하지만 능소화는 넝쿨식물인지라 자기
혼자서는 일어 설수가 없고 화려한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울타리든
죽은 나무든,산 나무든,시멘트 담이라도 지탱하여 타고 올라가 자
기의 화려한 모습을 드러낸다. 붉은 주황색꽃 그 화려함에 보는 이는
반해 버린다.
그것을 보면서 많은것을 생각하게 됐다. 나 자신도 능소화 같은 삶
을 살아가고 있지나 않는지....결혼 24년차, 남편없이 혼자 할수 있는일
이 있는지, 어떤것이 있나 생각 해보니 함께 의지만 했지 부끄럽게도 혼
자 할수 있는 일이 없다.. 너무나 착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자신을
새삼 발견 했다. 내가 좋아하는것을 재능으로 알았지만 그렇다고 그 재
능을 단련 하지 못 했다.
최근 들어 특별한 뇌과학 강의를 듣게 되면서 많은것을 깨닫게 되고
나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되었다.남편을 만나 이 많은책(7000권) 매년,
매월, 매일 제목만 보고 먼지닦고 정리하고 보관만 했지 인연이 닿지
않았음을 ...새삼 느끼고 난 도망을 칠레야 칠수가 없음을 알았다.
갑자기 7000권의책이 말을 걸어오기 시작하고 아! 인연은 이렇게 오
는가 보다. 먼지닦고 정리한 공덕으로 지금이라도 내인생 능소화 같은
인생보다 혼자 스스로 일어서는 삶을 만들어 보자.
가지 못한길 , 가지 않은길 , 떠밀려서 가는 길, 어떤 길을 선택 할지는
의지 대로 되지는 않겠지만 노력하고 훈련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사람은 저마다 결(기질)이 있듯이 그 결대로 산다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
다. 그나마 자기결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지혜로운이다. 그리고 자기
결로 살려고 몸부림칠때 가장 아름답고 행복하며 위대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 결들이 모여 거대한 물결을 만드는 그날을 위해 차근차근
노력 해본다.
축하드립니다.
멋진 각오가 남달리 가슴에 와 닿습니다.
평생을 능소화 같은 삶을 살지 않으려고 몸부림쳤고,
불꽃같은 삶을 살려고 의도했지만,
어느덧 나태해져버린 모습을 이 글을 읽고 다시 추스려 봅니다.
어느 순간 문득 늘 보던 풍경이 새롭게 보일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늘 다니던 길
늘 보던 나무
늘 보던 책 들
그 순간이 아마 의식이 한 단계 진화한 순간이 아닐까요?
또 다른 삶을 선택하신 플리아데스님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짝짝짝~~
능소화, 양반꽃이라고도하지요. 옛날에는 상놈집안에서는 키울수없게 되어있다고해서 .
폴리아데스님의 글을 읽고 슬며시 미소가 지어지는군요.
저는 협주곡을 좋아합니다. 특히 베이스를 깔아주어 전체 음악의 분위기를 잡아주고 화음을 조화롭게하는 파트의 악기들에 귀기울이길 즐겨합니다. 조연의 맛갈스럽고 겸손하며 진중함이 어디에서나 있지요.
이것은 앞장서 나아가는 주연들보다, 더 많은 내공이 필요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마치도 우주의 다크에네지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모든것을 지배하는 흔들림없는 존재들과 맥을 같이 하는 것들이 아닌가하구요.
물론 새로운 시도 축하합니다. 지금까지도 스스로 충분히 대견하고 만족스럽지 않습니까?
너무 겸손하신건가요?
지난번 사이버서가 작성을 위해 박사님댁을 갔을 때
오래전의 책들(박사님 학창시절부터)이 먼지 하나 없이 정갈하게 정돈되어 있던 것에
무척이나 놀랐던 것이 생각납니다.
누구도 따라하기 힘든 숨은 손길의 보살핌을 곳곳에서 느낄 수가 있었지요.
이제 말을 걸어오는 7천권의 책과 만나면서
또 얼마나 우리를 놀라게 하실까요?
박자세를 지탱하는 든든한 뿌리로서만이 아니라
어깨 걸고 함께 가는 동지로서의 모습도 즐겁게 기대하게 됩니다.
다 괜찮습니다.
폴리아데스님은 폴리아데스님이니까요.
어떤 역할이든 본바탕에는 지혜로움과 자비로움이
함께하고 있는 분이란 걸 알고 있지요...^^
여러분들의 격려에 힘이 생겼습니다. '작심삼일'이 되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하며
살겠습니다. 함민복 시인 '시'로 고마움을 전할까 합니다.
뻘
말랑말랑한 흙이 말랑말랑 발을 잡아준다
말랑말랑한 흙이 말랑말랑 가는 길을 잡아준다
말랑말랑한 힘
말랑말랑한 힘
고맙습니다.
황해숙 선생님!
오늘이 또다른 생일이군요.
좋아하는 것을 재능으로 승화시킬,
아님 미처 가지 못한 길을 개척해 갈, 그런 출발선 말이에요.
축하드려요.
멋지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