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에서 실종된 등반가 소식을 듣는다. 그들은 왜 산에 오를까. 그들이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 책을 쓴 조 심슨은 고산에서 실종된 후 살아 돌아와 그 과정을 증언한다. 책을 덮으면 강렬한 잔상이 남는다.

 

1985년 조 심슨은 사이먼 예이츠와 단 둘이 시울라 그란데 서벽을 초등한다. 정상에 오르고 하산하는 도중 조 심슨은 다리 골절 부상을 입고 절벽에 매달리게 된다. 절벽에서 떨어지면서 다리뼈가 무릎 관절을 뚫고 올라온 것이다. 고산에서 다리가 부러지면 거의 대부분 등반가는 죽는다. 저자가 초등한 남미 안데스 산맥의 시울라 그란데 같은 산은 더욱 그렇다. 6,400미터 높이의 시울라 그란데 서벽은 바닥에서 정상까지 1,400미터로 위압적이다.

 

사이먼은 부상을 입은 조와 같이 자일 하강을 하면서 서벽을 내려온다. 그러다 조 심슨이 깊은 크레바스에 빠진다. 사이먼은 어쩔 수 없이 자일을 끊는다. 그대로 있으면 둘 다 끌려 내려가 죽을 판이었다. 조 심슨은 한 쪽 다리가 부러진 채로 검은 허공인 크레바스 중간에 매달려 있다.

 

조는 고민한다. 위로는 탈출할 방도가 없다. 그대로 있으면 허공에 매달려 머지않아 동사할 것이다. 반대쪽인 크레바스 아래로는 빠른 종말을 초래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없다. 조는 자일을 풀어 아래로 향한다. 죽음이 오는 것을 앉아서 기다리느니 맞으러 가는 것이다. 자일을 풀어 바닥이 보이지 않는 컴컴한 크레바스 아래로 내려가자 하강을 멈추고 싶은 욕망은 참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놀랍게도 크레바스 아래쪽에 사면으로 출구와 연결되는 곳이 있었다. 그는 12미터 쯤 되는 눈으로 덮인 사면을 아슬아슬하게 건넌다. 그리고 72시간 동안 기어서 베이스캠프로 돌아간다. 다친 다리는 수 백 개 바늘로 찌르는 고통을 주며 눈 위에 덜렁거린다. 배낭에는 먹을 것이나 물이 없다. 눈을 녹여 물을 만들 가스도 없다.

 

그러자 조의 머릿속에서 어떤 목소리가 차갑고 이성적인 어조로 조의 마음속의 혼란을 가르며 현실을 말하는 게 들려왔다. 그 소리는 맑고 날카로운 명령조였다. 조는 귀를 기울였고 소리의 결정에 따라 움직였다. 날이 어두워지고 깜빡깜빡 졸면서 잠이 들면 소리는 조를 쫓아왔다.

“자지 마, 여기서 자지 마, 계속 가, 사면을 찾아서 굴을 파, 자지 마.”

 

조가 환상과 반수면 상태로 빠져들면서 바위에 기대고 눈을 감는다. 그러면 어김없이 소리가 조의 이름을 불렀다. 조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지시하는 명령이 계속 들려왔다. 조는 누운 채로 그 소리를 들은 채로 복종하지 않으려고 싸운다. 조금만 더 자고 싶었다. 그러나 조는 그 싸움에서 졌고 소리에 결국 복종했다.

 

조는 자신을 이끄는 소리에 의지하여 거의 죽어가는 몸 상태로 3일 후에 베이스캠프에 도착한다. 다행히도 먼저 도착한 사이먼은 자신이 자일을 잘라 조가 죽었다는 죄책감에 베이스캠프를 정리하지 않았다. 떠나려는 전 날 심야에 조가 캠프 주위에 도착해서 고함을 질러 구조된다. 조는 뼈가 뭉개져버린 다리를 끌고 외로움과 죽음과 사투를 벌여 마침내 사흘 만에 살아 돌아온다. 최악의 악몽보다 더 끔찍한 악몽은 끝이 난다.

 

생환 후에 조의 인생은 바뀐다. 그는 작가로, 강사로 성공한다. 반면 그의 옛 등산 동료들은 고산을 등반하면서 하나씩 죽는다. 그의 경험담은 형화로 만들어져 성공한다.

 

이 책은 죽음을 앞두면 인간의 정신이 어떤 일을 겪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망설임과 갈등, 환각, 공포, 고통, 대뇌와 편도체가 가르쳐 준 진실을 조는 놀랍도록 예리한 문체로 끌어낸다. 저자는 단순한 생환기가 아니라 극한에 처한 인간 정신의 데이터를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