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ce Majeure  불가항력

프랑스어로 Superior Force 의 뜻이다. 불가항력에 기인한 계약의 불이행 또는 지연에 대해서는 매도인은 면책된다. 이 불가항력에 의하여 계약의 이행이 지연되거나 또는 불가능하게 된 경우를 고려하여 미리 면책조항을 계약서에 삽입할 필요가 있다. 폭풍우, 낙뢰, 지진, 태풍, 홍수 등과 같은 자연적인 불가항력 외에 기계의 고장, 동맹파업, 공장폐쇄, 원자재의 부족, 화재 ,선박의 징발, 운송기관의 우발사고나 내란, 전쟁, 정부의 간섭 등에 의한 비상위험 등은 어느 것도 매도인에 있어서는 통제할 수 없는 불가항력이다. 이러한 불가항력에 기인한 지적이나 계약불이행은 불가항력 조항에 의해서 면책된다. - 무역용어 사전 에서


나는 무역회사에 다닌다. 올해로 9년 째 아직 짤리지 않고, 열심히 다니고 있다. 직원 수가 한 손으로 다 셀 수 있을만한 규모지만, 한 때는 연 매출 1,000억 원에 직원 스무 명 그리고 계열사? 3개를 거느리고, 중국과 미국에 사무실도 두었었다. 우리 사장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한마디로 불 같은 분이시다. 우선 성격이 급하다. 샤워 하는데 3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고 자랑하신다. 또한, 풍채도 있다 보니 풍겨 나오는 포스가 장난 아니다. 친구라도 막상 말 놓기가 어려울 것 같다.   

사장님은 모 대기업에서 거의 20년 정도 일하시다, 퇴직하시고, 개인회사를 차리셨다. 사장님은 미국에 사신다. 지난 남서부 학습탐사 때 들렸었던 Irvine이란 곳인데, 전형적인 중산층 이상이 사는 부자 동네다. 가족은 사모님과 딸, 아들을 두었는데, 자식 농사에도 성공하신 것 같다. 딸은 웨슬리(힐러리가 졸업한 것 밖에 모른다)를 올해 졸업하고, 시카고에 괜찮은 잡을 잡았고, 아들은 UC 버클리를 다니는데, 내년에 졸업한다. 사장님도 한 때 기러기아빠였다.(기러기도 세 가지 종류가 있는데, 비용 때문에 거의 가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는 펭귄형, 가끔 보러 가는 일반형, 경제적 능력이 있어 아무 때나 언제든 갈 수 있는 독수리 형이 있다. 사장님은 독수리 과다.)


사장님이 처음부터 잘 나갔던 것은 아니었다. 2000년 초 쯤에 회사를 그만 두고, 미국으로 건너간 사장님은 할 일이 없어 20불만 내면 하루 종일 칠 수 있는 골프장에 다녔고, 맥주 한 캔으로 매일 매일을  버텼다고 했다. 그리고 좁은 아파트에서 네 명의 식구가 몇 년을 어렵게 살았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사장님은 어떤 한 분에게 전화를 했다고 한다. 후에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그 분은 회사 다니던 내내 서로 라이벌이었고, 싸우기도(실제로) 했던, 얼굴도 마주 치기 싫어하는 그런 사이였다고 했다. 아마도 도와 달라는 말을 하셨던 것 같다. 그 분은 시간이 흘러서인지 그래도 흔쾌히 해보라고 하셨단다. 그리고 한국으로 들어와 곧바로 사업체를 차렸다. 그 후 몇 년 케미칼 호황과 맞물리면서 많은 돈을 벌게 되었다. 혹자는 천운을 타고난 사람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안 될 때 기다리는 인내심을 지닌 사람이었고, 무엇보다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한 사람이었다.


언젠가 박사님께서 황동규 시인의 삼남에 내리는 눈이란 시를 읽으시면서 이런 느낌을 토로하신적이 있다. “모든 미지의 세계는 입구가 가려져 있나 보다. 그 후부터 생소한 분야를 만나면 항상 들어가는 문을 찾아라 라고 속으로 되뇌이곤 했다.”

사장님은 비즈니스의 문을 제대로 찾으셨던 것이다. 어쩌면 시간은 악코디언과 비슷한 건지 모른다. 한없이 지루한 일상이다가도 한 번에 늘어나는 악코디언처럼 그렇게 성장하거나 도약을 이룰 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우리 역시 박자세라는 자연과학의 문을 제대로 찾았다. 무엇보다 박자세는 지름길을 안내한다. 이제 그 문을 열고,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나머지는 코치에게 맡기면 된다. 물론 훈련의 길을 가겠다고 결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나도 문 입구에서 많이 서성이고, 맴돌았던 것 같다. 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가지 않으면 조금도 변할 수 없음을 잘 알기에 이제 그 문을 열고 들어가려 한다. 

 

서론이 길었다. 이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겠다. 사장님이 2주 전에 오셨다. 평소 석 달은 미국에 그리고 한 달은 한국에 머무신다. 미국에서는 MSN 메신저로 우리를 감시^^하시고, 한국에 오면  거의 아침부터 저녁까지 함께 있을 때가 많다. 그 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함께 만나기도 하고, 때론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문제는 과다한 알코올이 몸에 저장되고, 매일 밤 자정을 넘겨 집에 들어갈 때가 많다. 세 살 된 아들의 근황은 아내의 카카오 스토리 사진을 보며 잘 살고 있구나 한다.


지난 일요일 태국의 한 케미칼 공장에서 화재가 났다. 그래서 공장에서 물건을 생산할 수 없게 되자 포스 매져를 선언했다고 한다. 물건 공급 못하겠다는 소리다. 내일 아니 몇 시간 후에 발표가 있다. 그런데 나도 포스 매져를 선언해야 할 것 같다. 계약불이행을 불가항력 조항에 의해서 면책해주시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