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자세 사이트에 댓글을 달고 나니 밤 열두시를 조금 넘긴 시각이었다. 방 안에 에어컨은 돌아가고 창문은 닫혀있어서 그런지, 문득 산소가 부족하다고 느껴져 바깥공기 좀 마시러 몸을 일으켰다. 함께 숙소에 묵고 있는 연구실 선배 형들이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빠져나왔다. 연구실에서 워크샵으로 오게 된 이 곳은 지리산의 화엄사 근처 숙소다. 박자세 국내 학습탐사로 한 달 전 즈음에 지리산 둘레길에 왔었는데, 이런 식으로 다시 지리산으로 오게 될 줄은 몰랐었다.

 

숙소의 로비를 나서면 대문 앞 조명 아래에는 족히 수십 마리는 되어 보이는 날벌레들이 모여있다. 날벌레들의 장벽을 헤치고 산내음이 허파 깊숙히 들어온다. 가볍게 바람이나 쐬자고 건물 앞마당으로 나왔지만 산내음을 맡으니 조금 더 걷고 싶어졌다. 걷다보니 어디선가 개구리 우는 소리가 들린다. 까라락, 까라락. 그런데 이 개구리의 울음소리는 분명 내가 시골에서 알고듣던 그 소리와는 또 다른 소리였다. 나는 잠시 동안 시골에서 개구리 잡으러 다니던 때를 추억하다가 문득 하늘을 올려다 보게 되었다.

 

역시 공기 맑은 곳이라 도시에서 보다 더 많은 별들이 보였다. 하지만 설치된 조명들의 강한 빛살 덕분에 별 빛을 감상하려면 좀 더 벗어나야 했다. 완만한 코너를 돌아 빠져 나오니 키 큰 소나무들이 빛을 가려주어 어두운 보라색 도화지에 뿌려놓은 별모래 알갱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지금 보고 있는는 별도 도시에서 볼 수 있는 별들보다야 좋지만 몽골에 가면 비교도 할 수 없는 별들의 장관을 보게 될 거라는 기대하는 생각이 들다가, 그 다음  이런 장면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봐야하는 건데 … 하는 생각도 들었다. 좀 더 시간이 흐르자 어두움에 익숙해진 나의 눈은 보라색 도화지를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도화지 위에 그려진 저 희여멀건한 자국은 은하수일까? 저 위치를 기억 속에 담아두었다가 몽골 가서 확인해봐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렇게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으니 북극성을 가운데 축으로 돌아가고 있는 하늘이 보이는 듯 하다. 아니지, 원래는 지구가 돌고 있는거지. 그런데 사실은 목을 젖혀 하늘을 너무 오래 보고 있으니 내 목이 돌아가고 있는 것이렸다. 이제 하품도 나오고 하니 산책은 이만하면 되었다 생각하며 숙소로 발걸음을 옮긴다.

 

나도 모르게 이끌리듯 나오게 되어 만난 지리산의 밤하늘을 기억 속에 담아두고, 어서 몽골로 날아가 이 날 보았던 밤하늘보다 멋진 장관을 꼭 보리라고 기대하며 잠을 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