맺음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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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은 아시아 대륙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 광물자원이 풍부하여 세계적 관심을 받는 나라이다. 몽골을 생각함에 있어 우리는 초원의 나라라는 이미지를 넘어서 무언가를 생각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기껏해야 칭기스칸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선명하게 알아야 할 내용은 몇 천 년의 시간이 만든 역사를 가능하게 한 지질학적 시간이다.

 

비행기를 통해 내려다보는 세상이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주는가. 박자세의 지구라는 행성에서의 인간이라는 현상을 알아가는 노력은 지층을 걷어내는 것에서 시작한다. 시간의 개념을 1년단위에서 100, 100년 단위에서 만 년, 만 년 단위에서 천 만년 혹은 몇 억년을 뛰어 넘는 순간 새로운 지식이 내 안에 꿈틀거리게 된다.

 

 메마른 땅 위에 마른 가지를 뻗은 나무가 있다. 나뭇가지 끝에 푸른 잎사귀 몇 개만 겨우 붙어 덩렁거린다. 사람들은 이 나무를 보고 슬프다 혹은 곧 죽겠구나 등의 감성 어린 의견을 내어 놓는다. 뭐가 슬픈가? 바람에 흩날리는 모래가 마지막 남은 잎사귀를 흔들고 지나간다. 내년이면 볼 수 없을 잎사귀를 보고 내 생각이 미리 잎사귀가 없다고 바람의 손짓을 느끼기 때문이다.

 

 박자세가 다녀 온 하트트쿼트, 수정동굴, 코르고 화산 분화구, 욜링암 등의 장소는 오랜 시간이 만든 현상이다. 메마른 나무의 잎사귀를 보며 1년 앞을 내다보는 식견으로는 이들을 접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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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양작 앞의 몽골 사람이 파는 물건 중에는 흑요석등의 돌멩이가 많다. 이것을 보는 순간 인류 전체의 거대 방산을 만든 돌칼을 떠올린다. 이것이 박자세 식의 접근법이다. 수정 동굴을 보고 75만 년 전의 원시인을 생각하고, 수정이 만들어지는 마그마의 분출과 분별결정을 생각한다. 보웬도표를 머리 속에서 떠올리며 신생대의 맨틀 플룸을 떠올린다. 박자세만의 독특한 시공의 사유는 마치 산에 오른 고대 원시인의 마음과 같다. 산이 있어 오른 것이 아니라 높은 산에서 내려다 보이는 새로운 길과 비전을 위해 있다.

 

박자세 식의 독특한 접근을 통한 몽골 지질 이야기가 몽골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