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유난히 힘든 달이 있다.

어떤 사건이나 악재가 겹처서가 아니라,

모든 에너지가 바닥나 버려

도저히 어찌해볼 수도 없이 덫에 갇힌 듯한 느낌이 드는 달.

안간힘을 쓰다가도 주저앉아 버리게 되는 그런 달.

 

매년 내게 9월은 그러한 달이다.

가슴에 깊게 베인 상실의 상처가 들쑤셔지는 달.

시간이 해결해주리란 기대조차 무색하게 되살아난 생생한 아픔으로 화들짝 놀라게 되는 달.

끝도없이 침잠하다가도 하늘끝까지 미친듯이 날뛰는 심장을 주체할 수가 없게 되는 나날들.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은 유혹으로 몸살을 앓게 되는 시간들.

이제 시간은 더 이상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견디어 내야 하는 형벌이 된다.

 

그럴때마다 박자세를 찾는다.

가만히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열정 어린 진지한 눈빛들이 보인다.

빼곡하게 노트를 메우던 아름다운 손들이 떠오른다.

삶의 다양한 경험들이 정제되어 흘러넘친다. 그 뒤에 숨은 따듯한 마음들도 보인다.

 

여기는 학습의, 인생의 멘토가 있고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방향성이 있다.

부단한 정진을 채근하는 엄부의 자애도 있다.

어슬픈 물음들에도 진지하게 답해주는 총기어린 눈망울들이 있다.

푸근한 미소가 있고 어깨 두드려 격려해 주는 위로가 있다.

학습이 자랑이 되고, 자랑은 자극을 불러와서 서로 성장하게 되는 곳.

고여서 썩어가지 않게 끊임없이 새로운 물꼬를 터주는 곳.

주저앉았다가도 또다시 일어나서 나아갈 수 있게 해 주는 곳.

 

그러하기에,

오늘도 나는 이곳에서

내게 주어진 일들로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는 용기를 배우고 있다.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