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몇몇 친구들 사이에 유행(?)시킨 말이 있습니다.

그 유행어는 '엽기적'이라는 단어였습니다.

끔찍한 사건을 묘사하는 형용사이고, 무수한 우리 단어가 그런 것 처럼 영어의 -tic의 일본식 조어인 的을 붙인 단어인데 자주 쓰이는 말은 아니었지요. 당시만 해도 친구의 행동이나 말에 '엽기적이다'라고 대꾸하면 모두 웃음을 터뜨릴 만큼 대화에서는 그 단어가 매우 생경하면서도 자극적으로 다가왔고,

매우 젊었던(?) 나는 그 단어를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위악적으로 그 말을 더 쓰곤 했던 거 같습니다.

 

공교롭게도 그 얼마후 딴지일보에서 '엽기'라는 단어를 많은 기사에 리드로 사용했는데

이후 엽기라는 말은 오랫동안 개그프로나 심지어 뉴스 시사프로에까지 그 의미를 확장해가며 풍미했던 것 같습니다.  

 

서설이 길어진건, 오늘 한 포털사이트의 '뉴스캐스트'라는 허울좋은 화면을 목도하고 나도 모르게

'엽기적이군..'하고 중얼거렸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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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한 장은 지웁니다)

 

보기에 다소 역겹더라도 뉴스제공자와 소비자의 합작품이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엔 없습니다.

수십 수백만명이 보는 메인 화면이니 한 사회의 문화수준을 가늠케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론 이런 포털화면이 노골적 포르노그래피보다 더 해롭다고 생각합니다만..

저속한 내용, 저급한 표현, 자본주의체제 속물적 호기심, 환멸, 질투, 물욕 등이 버무려져있는 쓰레기에 지나지 않는 편집이 마치 양지식물인 것 처럼 버젓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미래는 엽기적이지 않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직업상 금년봄엔 일요일에 일하고 주로 목금이 한가한 위클리스케줄이 당분간 계속될 것 같습니다.

방법을 찾지 않으면 '137억년..'강의를 동영상강의로 만족해야할 지도 모르는 사태가...

 

여튼 서호주를 준비해야지요..

별사진을 제대로 찍어볼 수 있는 방법이 없나 동료에게 물어 봤더니..

박사님이 한겨레 취재진과 함께 갔을 때의 권오철작가처럼 촬영하려면 만만찮은 장비가 필요할 듯합니다.

특히 지구 자전과 맞춰 무빙할 수 있으려면 매우 고가의 장비가 필요하군요.

최근엔 콤팩트하게 기백만원대의 보조장비로 찍을 수도 있다고도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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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30_23;12;45.jpg  -- 위 사진들은 모두 권오철 작가의 사진입니다. 고화질로 보면 더 좋겠지만.. 아래 사진 중간이 남십자성이라고 박사님이 말씀하신 것 같은데 맞는지요..

 

다시 오래전으로 돌아갑니다.

1990년쯤으로 기억합니다. 대학의 천문 관련 동아리에서 축제기간 동안에 학생들에게 팔던 별 사진들입니다.

최근 이사를 하고 물건들 정리를 하다 책갈피에서 발견했습니다.

잔디밭에서 막걸리나 마시던 우중충한 축제였지만 우연히 그 동아리 학생들이 팔던 사진을 보며 웬지 가슴이 저릿해졌고 취중에 장당 500원(?)쯤 하던 비싼 사진들을 샀던 기억이 지금도 납니다.

 

나중에 어떤 별자리 책을 보니.. 당시 그 동아리 주축이었던 학생이 저자더군요.

오랜 세월 지나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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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몇몇 지인에게 '137억년' 강의와 서호주 행을 권했습니다.

두분은 바로 일정 체크에 들어갔는데 쉽지가 않더군요.

되는 것은 되고 안되는 것은 안되는 것이 인생이지만

때로 무리하는 것보다 흘려보내고 두는 것도 맞는 얘기지만.

 

진짜

엽기적인 것은

바꿀 수 있음에도 바꾸지 않고

알면서도 하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