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자세를 만나고 놀라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

박자세에서 지난 세월동안 나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었으며, 

그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학문들과 매번 새롭게 인연을 맺는다.


올해 봄은 유난히 정신산란하게 지나간다.

겨울이 섞인 봄이 번잡스럽게 여겨지면서도 화사한 벚꽃이 상춘객의 마음을 뒤흔드는 시기이다.

먹고 사는 일에 대부분의 시간을 빼앗기면서도 박자세 참여는 걸러서는 안될 습관이 되었다. 

덕분에 올 봄에 또다시 박자세에서 소중하고 놀라운 학문을 만나게 되었다. 


그간 피상적으로 알았던 수학은 중학교 시절에 배웠던 수준에 머물러 있었고,

어렵다는 막연한 느낌때문에 평생 수학을 회피하고도 사는데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을 듯 여겨졌다.


도대체 삼각함수를 배워서 무엇에 쓰는 거지? 2차방정식의 해를 구해서 어째라는 거야?

그 많은 기하학의 정리와 공식은 무엇에 쓸려고 알아야하는 거지?

아무튼 수학은 골치만 아프고, 쓸모도 알 수 없고, 공부하는데 시간만 많이 소요되는 거치장스러운 학문이야.

올 봄이 오기전까지 수학을 대하는 나의 태도의 대부분이 이런 상태였다.


하지만 올 봄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유난히 Tensor라는 단어에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했고,

박자세에서 3년만에 Tensor의 세계를 새롭게 만나고 있다.

새롭게 만난 Tensor세계의 첫인상이 경이롭고 놀랍고 흥분된다.

Tensor를 새롭게 만난 순간 그간 수학에 대해 가졌던 선입견과 고정관념이 일거에 사라졌다. 


Tensor야말로 수학의 정수이자, 자연과 인류문명의 핵심 모두를 담은 

놀라운 인류의 지적유산이라는 첫인상을 받았다.

Tensor세계에 발을 들이내미는 순간 이거야말로 자연의 비밀의 문을 여는 열쇠일거라는

가슴떨리는 흥분이 전해져 심장이 빠르게 뛰기시작한다.


수학의 모든 분야가 Tensor로 집약되는 것 같다.

수학의 종결자라고 표현해도 되는 것 같다.


한 송이의 Tensor를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Tensor를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Tensor이여.

 

노오란 네 Tensor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Tensor를 만난 후 새롭게 수학을 바라보는 내 심정을 대변해주는 시다. 


수학을 밑도끝도 없이 공부하는데 시간낭비하지 말라는 박사님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호기심이 책장에 꽂혀있는 텐서에 관한 책들로 발걸음을 향하게 한다.

옆에 나란히 있는 미분기하학 책을 들여다 보니 중력장 방정식에서 보았던 낯익은 수식들이 보인다.

왜 아인슈타인이 수학을 5년간 별도로 공부했는지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가우스와 리만의 곡률개념이 없었더라면, 아인슈타인의 천재적인 영감이 자연과학역사의 혁명적인 이론으로 발전할 수 있었을까? 


박문호박사님의 말을 듣고 자연과학 교과서는 수학책이든 뭐든 가리지 않고 모조리 사놓은 덕분에  

장식처럼 꽂혀있었던 낯선 제목의 수학책들이 드디어 말을 걸어오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