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린 안산에 올랐다. 며칠 전 내린 눈이 음지에 소복이 쌓여있었다.

매일 매순간 나는 갈림길에 선다. 산을 오를까? 말까?

 

일단 등산화를 신고 가기로 한다. 지난번엔 1시간 반정도 걸렸으니 이번엔 좀 덜 걸리겠지하면서

발길을 재촉한다. 이런! 산에 눈이 덮히고 낮에 녹았다 밤에 빙판으로 바뀐것을 몰랐구나!

그래도 시작했으니 완주는 해야지 발걸음을 재촉하니 이제 세 갈래 길이 앞에 있다.

하나는 눈은 하나도 없는 데크로 잘 깔린길! 그러나 돌아 돌아 가야 한다.

또 하나는 철길 침목나무가 가지런히 놓여져 있는 계단길! 그러나 경사가 있다.

마지막 하나는 흙길인데 군데 군데 빙판과 눈과 흙길이 섞여 있다. 그러나 산길이다.

잠시 고민을 해본다. 이제 겨우 경사길을 올라왔는데 나는 어느길로 가야 하나?

 

발길은 어느새 산길을 걷고 있다.

아직 아침인지라 흙길은 샤베트처럼 살짝 얼어 있어서 오히려 걷기에 좋았다.

내려올때는 햇살에 그을려 곳감처럼 말랑 말랑 진흙으로 바뀌려 하고 있었다.

 

삶을 살때도 나는 수많은 선택을 해야 한다.

산책을 할때도 이처럼 나의 선택을 요구하는데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많이 다르다. 즐거운 산책이 되기도 하고, 힘겨운 등반이 되기도 하고 때론

빙판에 엉덩방아를 찧어 큰 낭패를 당하기도 한다.

 

산길을 걸으며 생각을 해 보았다.

생각은 또 한 생각을 불어 온다는 말이 생각이 났다.

에쿠! 그 순간 빙핀길에 벌러덩 넘어지고 말았다.

얼은 곳을 지날때는 걷는 것에 집중을 해야 하는데 순간이지만 잠시

딴 생각이 들어왔던것 같다. 마치 경고장을 받은것 처럼....

온 몸은 움추려 들었고 나는 다시 긴장하고 종종걸음으로 산행을 계속한다.

 

정상을 향해 가는데 나의 뇌에서 재미있는 신호를 내려보낸다.

새로운 길을 한번 가보면 어떨까?

정상을 향해 가는길과 오른쪽 산길이 옆으로 나 있는 길과 왼쪽의 데크가 우아하게 깔린 길이다.

갈림길에서

나는 감히 용기를 내어본다.

동전을 던지지는 않았지만 자동으로 나의 발걸음이 오른쪽 산길을 걷고 있다.

 

한참을 걸어도 산 옆구리 길이 빙둘러 날 뿐 하산길이 보이지 않는다.

마음이 순간 움추려 들고

갈림길에서 찍어온 산행 안내 지도를 보려는 순간

사람의 인기척이 들려온다.

 

온 신경이 긴장을 하고 뒤를 돌아 보니

할아버지 한분이 발걸음을 재촉하며 나를 향해 오신다.

"저~~ 말씀좀 여쭈어 볼께요. 산 아래로 내려 가려면 어디로 가면 될까요?"

" 나도 지금 내려가는 중이니 따라 오슈"

순간 휴~  안도의 숨을 쉬어 본다.

찰나, 한 발짝 내디어 가는데, 훌러덩~~

나무 뿌리가 얼어 있었다. 정신을 집중하지 않으면 넘어 진다는 사실이 나를 슬프게 한다.

넘어 지고 말았다. 그래도 다행이라고 했다. 앞서 어르신이 계시기에 그래도 다행이라 생각했다.

"조심하슈~  이쪽은 음지라 길이 많이 미끄럽다우~~"

"네~~ 감사합니다."

엉덩이를 툴툴 털고 일어서니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나를 기다려 주신다.

"운동하시려 오셨나봐요?  제가 초행이라 그러는데 이길로 가면 어디가 나오나요?"

"이 길을 쭉 따라가면 메타세콰이어숲이 나오니깐 그 길로 내려 가면 될겁니다."

나를 위해 속도를 천천히 하시던 발걸음에 괜신히 미얀해서 평소에 가시는 속도대로

하시라고 말씀을 드렸다. 눈길에 어기적 어기적 하산을 하는사이 할아버지께서는 시야에서 멀어졌다.

 

에라~ 모른겠다. 옆으로 난 두갈래의 갈림길에서 나는 다시 옆으로 난 상행선을 선택했고

덕분에 오늘 안산일주를 하고 돌아왔다. 나의 뇌에서 들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 새로움이 좋긴 좋구나. 잘했어. 역시 용기를 내길 잘했어.'

아무도 없는 숲속길에서 쬐금 쫄기는 했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어 새로운 길을 선택한 것은

잘 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눈이 올 것 같은 뿌연 하늘이 좀처럼 맑아지지 않더니 창밖에 흰눈이 펑펑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