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가는 길에 횡단보도를 두 개, 골목길을 6 번을 돌아 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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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리온 자리

 

 

시린 바람이 망막을 스칠 때 고개를 들어 보았더니 붉은 색 별 하나를 발견한다.

집중하고 보니 오리온 자리이다.

오리온 자리의 붉은 색 베텔기우스와 푸른색 리겔이 빛나고 있다.

 

행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오리온을 본다.

 

몽골 학습탐사에서 외웠던 ' 버스안 베리 데게 아프지, 레알 베알 폴 카카카!'의

구호가 생각나서 나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포말하우트 스피카 안타레스 베텔기우스 리겔 데네브 아크트루스 프로키온

시리우스,,레굴루스 알데바란 베가 알타이르 폴룩스 카스토르 카텔라 카노프스! "

 

17개의 일등성을 외우던 초원이 스쳐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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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호주 학습탐사 - 탐사 대원 위로 오리온이 뒤집어져 있다.  

 

옆에 같이 가던 직장 동료에게 손을 들어 오리온 이라고 말해 줬더니 그게 뭐냐고 묻는다.

다른 동료가 초코파이 몰라요 라고 농담을 한다. 그랬더니 동그란 별인가 하고 받아 친다.

 

목성도 있다고 말했더니 목성도 빛나냐고 말한다. 그냥 웃었다.

 

기다리던 신호가 켜지고 행단보도를 건넌다. 행단보도의 하얀 줄과 신호등의 녹색불이 눈에

들어 온다.

 

누구에게나 별에 관한 추억이 있다. 오리온을 말했더니 초코파이라고 대답한 동료가 이런

얘기를 한다. 대학교 시절 전라남도 고흥을 간 적이 있는데 밤 늦게 군내버스를 놓쳐서 

한 참 걷다가 지나가던 용달차가 태워줬다고 한다. 메고 있던 베낭을 벗어 머리에 베고

가는데 그 때 하늘에 가득한 별을 잊을 수가 없다고 한다. 그리고 서울에 올라온지 5년만에

하늘을 보았다고 한다.

 

오리온의 붉은 별과 푸른 별이 있는 것을 알게 되어서 놀랐다고 말한다. 시린 바람도 내버리고

별은 여전히 빛나고 있다.

 

바라볼 줄 아는 대로 바라뵈는 별을 보아,

환적대(幻寂臺) 솔나무들은 바람도 내버리고 서서

있을까.

저 소스라치는 별빛에서 내 마음 가라앉는 곳

쌓여 내오는 끝으로 그 소리가 오는구나.

(별 빛 - 시인 고은) 중에서

 

도시는 여전히 빛이 가득하고 행단보도의 하얀 선 사이를 발자욱 오가며

살아가고 있다. 신호등의 붉은 빛과 푸른 빛을 신호로 왔다가 간다.

빛나던 추억만 들고 하늘 한 번 쳐다보는데 몇 년이 걸린다.

 

바라볼 줄 아는 대로 바라뵈는 별은 오늘도 여전히 행단보도 위에 소스라치는

별빛을 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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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의 붉은 색의 베텔기우스와 오른쪽 아래의 파랑색의 리겔이 빛나고 있다.

                                 겨울철 대표적 별자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