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이를 닦으며 하는 다짐이 있습니다. 거울을 보며 내게 칫솔질을 하며 말을 합니다. 10년 전 쯤에는 후회하지 않아. 후회하지 않아였습니다. 몇 년 전쯤에 어떤 사건을 경험한 후로는 오늘도 즐거워 버릴테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다 다른 다짐으로 바꾸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두 친구의 대화를 듣는데 너무 철학적이어서 그 말로 바꾸었습니다. 두 친구의 이름은 푸우와 피글렛입니다.

 

곰돌이 푸우는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습니다. 인사를 합니다.

아침아 안녕, 이불아 안녕.’이라고 인사를 합니다. 그리고 배를 만지며 꼬로록아 안녕.’이라고 하는 순간 매일 꼬로록거리던 배에서 꼬로록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너무 놀란 푸우는 어떻하지 어떻하지 하며 큰 고민에 빠집니다. 그리고는 친구인 피글렛을 찾아 갑니다.

 

푸우가 피글렛에게 안녕이라고 인사를 합니다. 그러자 피글렛은 항상 그러던 것처럼 이렇게 인사합니다.

 

안녕 푸우. 오늘은 또 어떤 신나는 일이 생길까.’라고 합니다.

 

뭐 뒷이야기는 푸우의 꼬로록을 찾기 위해 숲속 탐정단이 출동을 하고 꼬로록을 찾는 모험이 시작된다는 내용입니다.

 

그냥 멍하니 곰돌이 푸우를 보고 있던 제게 푸우와 피글렛을 대화는 대단한 내용이었습니다.

아침, 이불, 꼬로록에게 인사를 하는 푸우와 오늘은 어떤 신나는 일이 생길까라고 하는 피글렛의 대화는 곰곰이 생각해 볼만하였습니다.

 

박문호 박사의 특별한 뇌과학 7강에서 기억이라는 주제를 다루었습니다. 기억을 잘하는 방법은 encoding을 하는데서 시작합니다. 능동적으로 자극을 받아들이는데서 기억이 출발한다는 의미입니다. 듣는게 듣는게 아니며 보는게 보는게 아닙니다. 자극을 받아들인다고 우리는 이야기 합니다. 소리가 내게 온다는 표현입니다. 소리가 내게 오는지, 빛이 내게 오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여러 소리 중에 몇 몇의 소리를 골라서 듣고 있음을 알았고, 많은 사물 중에 내가 보고 싶은 것을 골라서 보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회식자리를 돼지 껍데기 집에서 한 적이 있습니다. 수 많은 사람의 왁자지껄이는 소리 중에 나와 대화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거기 있던 많은 사람들이 모두 그러고 있었습니다.

 

몇 일전에 차를 이용할 일이 있어서 집 앞 주차장에 차를 주차를 했습니다. 언제나 제가 거닐던 주차장이지만 차를 주차 시키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주차를 하는데 주차라인이 생각보다 좁다는 사실과 바닥의 마무리가 덜 되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 이후에는 바닥으로 살짝 올라온 부분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괴테에게 누군가가 물었습니다. 당신에게는 어떻게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사건만 일어나냐고 말입니다. 그러자 괴테는 세상에는 그런 사건이 널리고 널렸지요. 당신이 볼 수만 있다면 말이죠.’라고 합니다.

 

몇 년 전에 출간된 생각 버리기 연습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거기에서 제안하는 생각 버리기는 능동적 감각 자극 느끼기입니다. 밥을 먹을 때 입 안에 있는 음식물의 식감, 질감, 촉각, 짠맛, 단맛, 신맛 등의 자극을 능동적으로 느끼는 연습을 제안합니다. 대화를 할 때도 상대의 호흡의 리듬을 관찰하고 목소리 톤을 듣습니다. 차가운 바람이 불면 그 차가운 바람의 온도가 내 몸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관찰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찬 바람이 불면 온도 수용기의 변화와 온도를 어떻게 뇌가 알 수 있는지를 생각하면서 변화를 바라봅니다.

 

세계에 대한 일차적 인식으로서의 이른바 감성인 인식은 부분적 인식일 수 밖에 없다라고 말한 신영복 교수의 말처럼 세상에 대해 일부분만을 바라보고 간직하고 살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감성적 인식으로 바라 본 일부분의 세계상을 정밀하고 치밀하게 나누어서 일부분을 확대 해석하며 살고 있지 않는지를 생각해 봅니다.

 

박자세의 자연과학 문화운동에 동참하면서 바뀐 것이 있습니다. 하나의 사건을 하나의 사건으로 바라보지 않으려는 노력입니다. 지구는 왜 푸르냐는 한 아이의 느닷없는 질문에 산소를 떠올리고 시아노 박테리아, 스트로톨마 라이트, 밴디드 아이언 포메이션, 마블바가 순식간에 지나갑니다. 단세포에서 다세포로 바뀌는 놀라운 사건과 미토콘드리아와 TCA cycle, 그리고 쏟아져 나오는 양성자의 펌프질과 양성자 셔틀버스 역할을 벗어난 citcrom c, 그리고 외막으로 벗어난 citcrom C가 카스파제를 트리거하여 가닥 가닥 끊기는 DNA 가닥의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사랑, 노화 죽음이 거기에 있습니다.  

 

단 하나의 질문에서 쏟아진 여러 개의 사건이 순식간에 조합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너무나 신나는 세계가 세상에 가득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박문호 박사님의 이야기처럼 여기 저기 박아 놓은 지식의 지뢰가 터지는 현상입니다. 해마에서 θ파와 γ파가 서로 연계되고 엮어지면서 하나의 이야기를 연결하고 쏟아내는 정말 신나는 일입니다.

 

그리고 저도 매일 아침 칫솔질을 하며 이렇게 속으로 말합니다.

 

오늘은 또 어떤 신나는 일이 생길까

 

바라볼 줄 아는 대로 바라 뵈는 별은 여전히 소스라치게 빛나는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참으로 신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